여기서 만난 OAMC를 통해 본 ‘조용한 캐주얼‘의 미래
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도쿄 쇼핑 메이트는 나의 남편이었다.
특히 코로나 직전, 그해 12월 중순 까지도 우리의 도쿄 여행은 함께였다.
늘 우리가 함께 다녔던 이유는 그냥 편해서였다.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고,
애써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걸 접어두기보다 약간의 양보만으로도 풍요로운 각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우리의 여정 중 꼭 빠지지 않았던 곳 중 하나가 ‘유니온(UNION) 도쿄’ 다.
유니온 도쿄는 불특정 다수보다 특정한 소수를 위한 공간이다.
널리 알려져 있는 브랜드, 제품, 소품 등 보다 좁고 적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리고 구매할만한 구성들이 즐비하다.
한동안 이곳에 들리지 않았었다.
그래서인가.
인상적이었다.
언제부터 캐주얼웨어가 이리 조용했던가.
오랜만에 방문한 유니온의 캐주얼웨어는 그동안 내가 봐왔던 화려하고 요란하던 일명 스트리트 웨어라는 수식어를 벗고 조용한 캐주얼로 정돈되어 있었다.
컨템퍼러리 하다라고 불리는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고,
이음새가 명확한 선을 가진 제품들이 즐비했다.
보이지 않지만 (나는) 보이는 세련된 멋이 알맞게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빛을 내고 있었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스태프를 불렀다.
이것저것을 뒤적이며 보다, 나는 스태프를 불렀다.
남편에게 사다 줄 것이라며 평소 스타일과 그의 사이즈를 말하고 몇 가지 옷을 같이 보며 짧은 대화를 계속 나눴다.
약간의 친밀감(?)이 나름 느껴졌을 때 ‘이 브랜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나는 오늘,
이 날, 스태프에게 자세히 듣게 된 ‘이 브랜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OAMC는 2013년 루크 마이어와 아노드 파에가 설립한 럭셔리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라고 소개한다.
설립자 2인, 루크 & 아노드는 슈프림과 칼하트 WIIP 등에서 이력을 쌓았다고 한다. 그리고 색다르게 다가왔던 또 다른 이력이 있었다.
공식적인 행간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스태프를 통해 알게 된 그 ‘이력’의 브랜드는 바로 질 샌더 Jil Sander였다.
‘질샌더’라는 커리어의 퍼즐까지 맞춰지는 순간 모든 것이 ‘아하’ 순간으로 다가왔다.
매력 넘치는 많은 브랜드들의 홍수 속에 언제나 조용했던(?) 질샌더를 잠시 잊고 있었다.
여러 시즌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중 〈 2023년 질샌더 Jil Sander Fall Collection 〉 이 눈에 띄었다.
가슴 설레게 예쁘다.
멋. 지. 다.
이렇게 입고 싶다.
맨즈 & 우먼즈 성별의 문제도 아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절기의 문제도 아니다.
런웨이에 선보인 시점이 2023년이고, 1년 반이 훌쩍 지난 2024년 지금.
대중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착장은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조용한 힘을 가진’
과거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허세와 과시, 여기에서 우러나오는 화려한 그래픽과 자극적인 메시지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지금 어쩌면 무기력할 정도로 밋밋하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들이 제안하는 심미안에 나는 녹아내린다.
나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멋을 따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