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나는 생일이 될 때마다 늘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은 ‘생일’을 어떻게 보낼까.
일 년 중 개인마다 중요하게 꼽는 날들이 있다.
생일
기혼자들은 ‘결혼기념일’
명절 설과 추석
나의 생일도 중요하지만,
내 가족의 생일,
친한 친구의 생일 등
나를 둘러싼 손꼽히는 나의 인연들 생일 역시 중요한 날로 잘 메모해 두었다가 챙기곤 한다.
요즘엔, 카카오톡에 〈 생일 〉 을 알려주기도 한다.
한동안은 내 생일 공개를 OFF 해두었다.
〈 더블유컨셉 〉 에서 일할 때부터 OFF 했었다.
괜히 입점사나 디자이너들로부터 ‘무언가’를 일대일 대화로 받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해서도 안되고.
그 ‘무언가’는 축하의 메시지일 수도 있고,
〈 선물하기 〉 일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의무나 책임을 불러일으키는 ‘한아름’의 것일 때도 있다.
받을 땐,
고마운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하지만 이내 나 역시도 언젠가의 시점에 ‘보답’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빚이 생기곤 한다.
또한,
달갑지 않은 이의 축하 메시지는 가식으로 답을 해야 하는 억지스러운 대화가 이어지는 것 또한 곤혹스럽다.
‘축하’란 따뜻하고 소중한 한 마디와 마음을 표현하는 성의다.
하지만 내가 받으면, 나도 해줘야 하는 (할 것 같은)
Give & Take 가 엉켜있는 듯하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SNS — 인⛤ 의 피드나 스토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파티’의 꾸밈새로 화려하게 치장된 누군가의 생일이 있기도 하고,
맛있겠다 라기보다, 근사한 케이크와 정성이 가득 담긴 생일상이 담긴 그들의 〈 그날 〉을 보기도 한다.
또한 사랑하는 이성과 함께 다정한 포즈와 제스처로 행복이 가득한 표정의 그들도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나도 저렇게 보내야 하나?
혹은 보냈어야 했나?
라는 애먼 마음이 나를 들쑤시곤 한다.
그 피드들이 진짜 현실인 건지, 편집된 일부분인지 아무도 모른다.
—
올해 내 생일의 기록은 이것으로 한다. 2025년 나의 생일은 어떤 모습일까?
매년 생일이면,
작년 생일을 기억해 보려고 애쓴다.
작년 생일에는 뭐 했지?
기록이 없으면, 기억도 사라지는 것 같다.
특히 이렇게 나를 중심으로 중요하다는 기억은 특히 더!
— 나를 태어나게 한 엄마와 이렇게
2024년 오늘의 내 생일은 조용했다.
남편은 도쿄 출장엘 갔고, 친정 엄마가 우리 집에 와서 점심과 저녁 두 끼를 같이 먹고 드라마를 보며 깔깔댔다.
다행히?
오늘은 반가운 사람들에게 전화도 받고, 생일 덕분에 안부를 나눌 수 있는 반가운 이들도 있었다.
엄마는 저녁까지 함께 먹고, 설거지도 마다하지 않으시며 모든 걸 정리(?) 하시고 집으로 가셨다.
그리고 나는 티빙 드라마를 백색 소음으로 두며,
우리 머니와 조용히 9월 9일 이 날을 잘 보내주고 있다.
나에게 너그럽고 인정이 도타웠던 오늘,
사람들 속에 부대끼지 않고,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던 우리 엄마와 평안하고 한가로운 하루를 잘 채웠다.
그리고 '기록'으로 마무리했다.
내년 2025년 나의 생일은 어떤 모습일까?
또 기억이 사라져 있으면, 이 기록을 꺼내보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