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계속되는 나의 다짐
전날 새벽 1시까지 준비했다.
다음 날 오전 7시 30분부터 모였다.
오전 8시 shoot 시작 - 오후 5시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준비했던 모든 것을 다 담아내리라 긴장한다.
이 날은 Editorial Lookbook 촬영일이었다.
Lookbook이나 Campaign 등의 촬영을 할 때면 구성원들의 여러 가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데스크 앞 안전지대를 떠나 거칠고 서투른 현장에 놓인다.
힘이 남다른 친구들이 있다.
준비과정부터 현장을 보고 소리 없이 움직인다.
치열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주변을 꼼꼼히 살피며 정리한다.
침착하다.
반면 초입에서부터 기가 죽어 눈치 보는 A도 있다.
두리번대며 외면한다.
내 시선을 살핀다.
뒤통수에도 달린 내 눈으로 그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안타깝다.
힘들고 고될 것이다.
나도 안다.
충분히 지칠 수 있는 그 시간에 모두가 열중한다.
나와 함께 하나하나의 착장의 구성(styling map.pdf)을 갖춰간다.
소품을 정밀하고 다듬고, 티셔츠 하나조차도 세련된 맛을 찾는다.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이다.
앞으로의 수환을 결정하는 단 하루의 순간이다.
작업의 완성도는 앞으로 일어날 많은 것을 결정한다.
브랜드의 세상을 만든다.
이 과정의 결과는 다양한 정량적 데이터로 증명된다.
또한 결과물이 좋지 않다면, 시간과 비용을 다시 들여야 한다.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 짐작한다.
이렇게 입고 싶다. 갖고 싶다.
너희로부터 매력적이고 갖고 싶고 입고 싶은 마음을 가져와야 한다.
진땀이 날 수밖에.
치열하고 온 정신을 집중할 수밖에.
찰나를 담아낸 이미지 하나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너희들에게 닿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보고 또 보며 최적의 아름다운 세상을 채운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집중하고 예민한 뾰족한 정신을 놓지 않는다.
시간 내내 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하고 또 말한다. 원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계속 요구한다.
막판까지 착장 조합이 어려웠던 (우리끼리의 제품 이름) ‘리버시블 잉어 쇼츠’ (잉어문양반바지)까지 근사했다.
이로서 준비한 모든 착장을 시간 안에 다해치웠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 고생했어.
각자의 장비를 정리하고 스튜디오를 떠난다. 우리 역시 공간을 정리하고 제품과 소품들을 챙겨 사무실로 돌아간다.
촬영. 이게 끝이 아니다.
뒤따르는 작업이 수십이다.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
수천 장 중 최고의 A컷을 고른다.
최적의 편집이 이어지며 배포할 채널에 알맞은 또 한 번의 편집이 이어진다.
가끔은 허무하다.
이렇게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여기가 끝인가? 더 없나?
그리고 데이터를 기다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지
라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시간은 계속 흐른다.
아무 일도 (?) 일어나지 않는다.
브랜드 사업이라는 것이 이렇다.
호흡이 길고 인내심을 갖고 될 때까지 할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계속 되뇌며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혹시나 빼놓은 건 없는지.
가슴 졸이며 다 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일 것이다.
그 원인을 빨리 알아내야 한다.
이것을 다시 하고 저것을 해보며 그들이 바라는 ‘뭔가’를 마치 스무고개처럼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지금의 간절한 마음과 노력이 언젠가 ‘어떤 일’이 되길 바라며.
말은 자신의 수준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행동과 태도까지 곁들여지면 인격과 지성의 정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혼돈과 혼란의 일과와 과업 속에 타인(상사 후배 동료 등)의 말에 휘둘리고 의식한다는 것은 2가지다.
뭔가 찔리는 것이 있거나
판단할 능력이 없거나.
그래서 나는 그들의 입 밖에서 나온 비난과 비판의 말에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그것들을 나에게 끌어들이기엔 내 에너지와 시간이 아깝다.
내겐 그것 말고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 너무나 많다.
때론 말 보다 ‘침묵’이 더 빠른 상황정리를 가져올 때가 있다.
또 한 번의 ‘시험’이 끝났다.
홀가분하다.
2025년의 목표가 예사롭지 않다.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일하고 여유와 풍요를 가져라.
나의 말로 생각을 만들고 행동으로 한 번 더 움직여라.
기회를 알아채고 우람한 성취로 오래 거기 있어라.
방법은 찾으면 되지.
이건 ‘나’ 리서 가능한 거야.
(아니야) 할 수 있어. 언젠간 다 돼.
(지금 주어진 상황과 환경보다) 내 의지가 중요해.
괜찮아, 점점 나아지고 있어.
행복은 내가 작은 미소 정도 갖게 할 수 있는 ’ 무언가’ 야.
‘나’ 정도면 충분하지.
까짓 거 죽기야 하겠어.
영웅.
그리 대단하지 않다.
나는 이른 아침을 시작한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늘 반갑다.
또 하루의 새로운 시작 앞에서 나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하루의 끝에서,
지금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했고 그 과정에서 모든 걸 후회 없이 쏟아내어 어제 보다 조금 괜찮았다면, 나는 오늘도 영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