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관계

by 영자

애들 아빠가 말한다.

'우리 그냥 서류 다시 합칠까?'


서류란 단어가 포함됐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대충 성의 없이 떠보는 질문에, 나는


' 뭐, 그러던가 '

라고 대답을 했다.


그렇게 힘겹게 이혼을 할 때는 언제고

무슨 장 보러 가는 일처럼 대수롭지 않게 혼인신고를 다시 했다, 우리는.


나중에 물어봤다.


왜 그랬냐고


'지금 폐업 중인데 세금 좀 덜 내려고...' (조그만 개인사업 운영 중)

'..... '


그러니까 우린 지나간 서로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사랑을 깨달아

아이들과 다시 한번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기 위해


재결합을 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그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아!

한 가지, 매우 불쾌한 변화!

서류상으로 합쳤다고 마음까지 합쳐진 줄 아나보다.


장년 남자 특유의 성욕으로 가득 찬 음흉한 미소를 띠고 '한번 하자'며 자주 들이댄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 상대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봐도

현재 우리의 상태를 누구보다 본인도 잘 알면서

어떻게 그런 저속한 표현으로 나를 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럴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진지하게 제안을 할지라도

난 전혀 응할 생각도.. 마음도 없다.


난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와 육체적 관계를 가질 수 없다, 앞으로도.


돌이켜 보면 참 무상하다.

우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가슴 떨리게 사랑했었고

그래서 그를 닮은 아이의 얼굴이 궁금했고

그래서 아이를 낳았고 또 낳았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이는 점점 벌어져

어느새 거센 물결이 일렁이는 강이 흐르게 되었다.


내가 재결합에 동의한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이혼은 내 이기심으로 했으나 그 결과 상처는 오롯이 아이들이 받는 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더 이상 사랑하는 이성도 없으니 더더욱 아이들에게 집중하게 되었고.


살면서 또 다른 이를 사랑하게 된다면?

난 지금의 남편에게 이혼 요구를 할까?


내 삶의 단 하나 꿈은,


'사랑하는 이와 행복하게 사는 거... '

그거뿐인데


참 어렵다.

다음 생에서나 기대해봐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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