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에 이혼하고 19년에 재결합하고
이젠 가끔 아이들이 다시 이혼하라고 얘기한다.
이제야 아빠 성품이 얼마나 xx 같은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비록 법적으로 재결합을 했다고
모든 것이 원상 복구되지는 않았다. 그건 평생 불가능하다.
가끔은 친정엄마가 어떻게 아빠와 지금까지 같이 사는지
남들과 다름없이 보살펴주고 걱정해주고 하는 등의 감정을 가지고 살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어릴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나에게 집이란 떠나고 싶은 벗어나고 싶은 대상일 뿐이었다.
항상 다투는 엄마와 아빠, 심지어 가끔 폭력까지 휘두르는 아빠를 보면서
어릴 때는 공포를 느꼈고 커서는 한없이 쪼그라드는 자존감에 괴로워했다.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막아서고 자녀가 부모에게 해서는 안될 상스러운 욕을 서슴없이 해댔다.
생각해보니 그 날이 내 인생 통틀어 아빠로부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았던 날이었다.
그것도 연달아 따귀 세 대.
난 저주를 퍼부었다.
방에 들어가 벽에도 공책에도 부모를 저주하고 빨리 죽기를 바라는 마음을 진심을 다해 토해냈다.
가끔 엄마에 대한 욕설도 글로 썼던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왜 그렇게 까지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런 빌어먹을 환경에서 어느 장녀가 제대로 된 기준을 가지고 느긋이, 여유 있게 결혼상대를 기다릴 수 있을까.
대학교 시절 장난 같기만 했던 썸, 연애는 지나가고
갑자기 나타난, '그'에게 너무 쉽게 내 인생을 맡겨 버렸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자라나는 아이는 받아야 할 애정이 모자랄 틈이 없다.
가족의 넘쳐나는 사랑과 안정감은 아이로 하여금 올바르지 못한 인간관계는 과감히 정리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준다.
결혼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와 같이 일하는 여자 후배 하나는 행복하고 재정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환경에서 바르게 잘 자란 케이스다.
오래 사귄 의사 인턴과 결혼을 약속하고 청첩장까지 돌렸는데,
그 사이에 상대방 집안의 심각한 문제를 깨닫고 급기야 결혼식을 취소하고 말았다.
보통 여자 같았으면 아니 나였으면 회사 사람들도 다 알고 결혼식도 코 앞에 둔 상태에서 'STOP'을 할 수 있었을까?
난 모르겠다. 아마 Keep going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녀가 그렇게 결정하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당당히 그 사실을 밝히고 꿋꿋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얼마나 멋지고 현명한 여성인지, 또한 그러한 힘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런 결단을 하는 데 17년이란 세월이 걸렸고
어이없게도 다시 그 어리석은 굴레 속으로 자발로 기어들어갔다.
과연 20년 전 나의 선택은 우둔하고 어리석었던 것일까?
지금에야 그렇게 느끼지만 그때 나에게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위로 여섯 명의 누이와 홀시어머니가 있다는 것도
재산이 있는 것도 심지어 당시 직업조차 없는 것도 내겐 걸림돌이 아니었다.
2020년, 이제 내 나이 마흔다섯.
은퇴 후 노후를 걱정하는 나이.
큰 아들은 여전히 자신의 길을 차지 못하고 방황 중.
둘째 역시 큰 아들이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 할까 봐 전전긍긍
나는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할까?
지금의 상황이 Best라면 충분히 행복함을 되새김질하며 감사해야겠지?
*을 싸고 밑을 덜 닦은 기분이긴 하나.
여기서 오늘의 혼잣말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