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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Sep 03. 2020

이혼 후 힘듦

양육이다.

아이들이 웬만해야지...

남들보다 거칠고 막돼먹은, 분명 남편의 DNA 때문에 저 지랄들이라 폄하하고 싶은

'아이'보단 '새끼'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아들 둘.


큰 놈은 여친을 데려와 몇 주간 동거를 한다.

간다 간다 하면 또 와 있고. 

너무도 당당히 한 방으로 들어가고, 오후 내내 쳐 자다가 내가 퇴근할 때 즈음 방에서 기어 나오고...

Culture shock이라 생각하고 '나'를 바꿔야지 했는데 

안되더라.

그건 내가 바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술의 힘을 빌어 

큰 놈을 앉혀놓고 짧게 얘기했다.


돌려보내라. 그리고 다시는 집에 들이지 마라.

정 둘이 같이 지내고 싶으면 

네가 여기서 나가서 같이 살든지 해라.


그 이후로도 몇 번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좀 잠잠하다.

그러더니 이젠 큰 놈이 외박을 한다... 하...


둘째 녀석.

나름 말 잘 듣고 착한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나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많은 저녁시간마다 

나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차라리 애들 아빠가 있거나, 자기 형이 있으면 

중간에서 알아서 처리해준 덕에 내가 힘들 일은 없었는데 

그 중간의 덤불숲이 사라지자 

마치 야생의 세계에서 서로 도망갈 데 없이 딱 마주친 두 마리 포식자가 되어버렸다.

나라도 무시하거나 포용하면 문제가 안 되겠으나, 

역시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이젠 귀갓길이 즐겁지 않다. 

가슴이 무겁고 답답하다. 슈퍼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술을 사게 된다. 

취중에라도 그 기분을 떨쳐내고 싶어서.


내가 저 둘에게 큰 빚을 진 카르마로 나는 저 아이들의 엄마로 태어났다. 

저들은 내 아이들로 태어났다.


내가 같은 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나는 나를 완전히 죽여버려야 한다. 

내 Ego 따위는 변기 속 휴지처럼 말끔히 소멸시켜야 한다.

그래야 내가 저들과 공생할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저들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다.

진심 따윈 필요 없다. 모성애 따위는 사치다.

그저 저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그로 인해 내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그저 묵묵히 저들의 엄마 역할에 충실하자.

웃을 일도 없지만 슬퍼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없으면 그냥 감정의 스위치를 꺼버리자. 




이혼하면 아이들과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지 말아요.

그런 집도 있지만 우리처럼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답니다.

그럼 이혼을 왜 했냐고.. 도 묻지 말아요.

큰 혹 하나 떼어내는 게 급선무였고

일단 그건 성공한 거잖아요.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고도 하지 말아요.

지금은 어떤 비난도 하지 말아 주세요,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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