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출장기(1)
몇 달전부터 기획한 케냐행 출장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일주일을 꽉 채우는 일정 때문에
여지없이 아들들과 눈물겨운 이별을 하고
밤 비행기를 타러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이토록 한산한 공항을 본적이 있던가.
심지어 마른 목을 축이고 싶어 아무리 둘러봐도 가게란 가게는 모두 셔터를 내렸다. 생각해보니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유일한 곳이 아닐까...
대신, 그 예의 지리하고 피곤한 수속 과정이 없다는 건 정말 마음에 든다.
케냐 나이로비에 가는 방법은 두어가지가 있는데
도착후 일정을 고려했을땐 자정 출발이 최선이다.
10시간 반 비행 후 아부다비를 경유해 다시 5시간 반 정도를 더 날아가 나이로비에 가게된다.
경유대기 시간 합하면 대략 18시간.
이미 2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을 경험했던터라
난 핸드케리 가능한 최소한의 짐과 최대한 편한
복장-츄리닝(?)-을 취한다.
멋진 커리어 우먼의 그것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자 이제 드디어 탑승이다.
두어번의 기내식을 먹고 나서야 드디어
도착, 아니 여정의 반이 곧 끝남을 알리는 풍경이
나타난다.
공항의 초록색 유도등과 도시의 황금색이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아부다비 공항은 두바이 공항에 비하면
마치 인천공항에 밀린, 한때는 찬란했을
김포공항의 느낌이랄까.
케냐행 출국 게이트는 시골 버스 대합실을 방불케
할정도로 매우 소박했다.
예상대로 비행기는 이전 것보다 너무 작아
솔직히 겁이 났다.
두번째 비행은 유독 피곤했다.
시차 발생 1일차라서 그런가...
드디어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
역시 정치적으로 불안한 걸 반증하듯 여기저기
군인들이 총기를 들고 활보한다.
대수롭지 않은 걸로도 쉽게 체포되니 조심하라는
영사관 문자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일행들이 짐을 찾은 동안 한 컷.
케냐돈으로 환전을 하고 나서 발견한 이상한 단어,
Negotiable!
액면가 대로 환전하면 바보...되는 건가..보다.
예약한 세레나 호텔로 이동한다.
현지에서 미팅예정인 업체 추천에 따라 회사에
초과품의까지해서 예약한 5성급 호텔... 기대된다.
반가운 우리 나라, 우리 회사 로고가 보이고...
이곳 차량 운전자들은 에어컨을 안틀고 창문을 열고 달린다.
덕분에 사진도 찍고 머리는 산발이 되고.
멋쟁이 아가씨, 도촬 미안
이곳의 대기 오염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한다.
선진국의 노후 차량을 수입하기 때문에 매연 문제가 심각하다고...
실제로 한국이나 중국의 미세먼지와는 다른 종류의 미세먼지로 온통 뿌옇고, 황 냄새까지 진동을 한다.
고대하던 5성급 호텔은... 어디있지...
한국의 중규모 리조트 정도 되어보이는 건물
안으로 차가 입문하니 왠 경찰이 차를 한바퀴 돌며
뭔가를 검사한다.
다름아닌, 폭발물!!!
테러 위험 지역이라는 게 그제야 실감났다.
방 분위기나 시설은 나름 안락해보인다.
미니바가 공짜라고해서 들어서자마자 신나게 열어재껴보니 콜라, 사이다, 물, 초콜렛, 감자칩이
전부...
비어는 없냐고 했더니 그건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면서 웃는 직원.
내일부터 신나게 보게될, 케냐 날 것 그대로의
시작을 알리듯 발코니 밖 초록 풍경.
3시 입실하고 난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일단 약 20시간 동안 꼬박꼬박 챙겨 먹은 기내식이
아직 뱃속에 있는 듯하여 전혀 허기짐을
느끼지 못하겠고,
아까 그 폭발물을 탐지하려던 경찰이 자꾸 떠올라, 돌아다니고픈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
아 드디어 뱃속에서 신호가 온다.
어서 잠들고 내일 조식을 고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