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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 Oct 05. 2015

마흔에 찾아온 질풍노도

나에게 찾아온 정신적, 신체적 변화에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갱년기라고 하기엔 아직 젊다... 고 믿는다.

..

설마 하는 생각으로 네이버를 찾아봤더니,

                                                                                         출처 : 네이버 사전

40대 중후반이면 상태가 안 좋을 경우 초반에도 온단 말이잖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러 증상들을 대조해 봤을 때 갱년기 대신 다른 용어를 갖다 쓰기로 했다..

' 질풍! 노도! '


십대에도 쓰지 않았던 그 말을 마흔이 되어서 써보려는 내 증상은 아래와 같다.


1. 평생의 Job을 가지고 싶다.


  나름 안정적이라고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다. 십 년 뒤, 이십 년 뒤까지 이곳에 있고 싶지는 않다.

  좀 더 고된 노동이 필요할지라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해야 즐겁고 행복한지, 그것도 아직은 모르겠다.


2. Well-dying,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싶다.


  지금처럼 살다가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 결국 후회만 남은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미련 없이 잘 살다 간다, 유언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가슴 충만한 삶을 살고 싶다.

  버킷리스트도 만들어서 실천해보기도 하는데 종종 주객이 바뀌어

  내가 소비하는 모든 행위를 버킷리스트로 합리화하려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또, 버킷리스트가 과연 Well-dying에 도움이 될까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3. 사랑하고 싶다.


  좀 위험한 발언이라 세 번째에 랭크 하긴 하는데, 사실상 가장 첫 번째 글이어야잖나 싶다.

  나는 결혼 16년 차다. 졸업과 동시에 이른 결혼을 했고 아이도 둘이나 낳아

  '가족'의 나이로 치자면 중년기에 들어섰다.

  우리 부부 역시 굴곡진 역사를 넘어 이젠 숨소리만 들어도 어떤 기분인지 알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남녀 사이라기보다는 동지, 동거인의 느낌이 더 강하다.


  요즘 자주 '이성을 잃고 일탈을 감행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상상해본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에 가끔 남자 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개중에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남자도 있었다.

  삼십 대 중반까지였더라도 충분히 일탈을 감행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쉽게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와 남편을 생각하면 당연한, 응당 그래야 하는 결과겠지만

  굳이 내 가족을 방패 삼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불꽃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뒤흔들,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사랑이 한번 더 찾아와 줬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희한한 건 그러면서도 그런 사랑이 안 찾아오길, 지금처럼 없기를 바라기도 한다.

  이 무슨 궤변인지...


그래서 바라는 게 무언지 정의할 수 없고, 앞을 내다볼 수도 없거니와, 궤변만 늘어놓는

지금을, 나는 '질풍노도'라 부르고 싶은 거다.

이 혼란이 잦아들 즈음에는 현재보다 주변 환경이 좀 더 명확해지고 생각들도 명료해지기를 바라본다.

그래도 사랑은, 여전히 상상 속에서만 뜨겁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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