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에게 결혼생활 통틀어 3번째로 진지하게 이혼하자고 그랬다.
예전엔 무시하거나 화를 내더니,
어제는 조용히 그러자 한다...
시모가 우리집에 들어온지 한달 반, 됐나?
시모는 나와의 문제보다 아이들과의 문제, 무엇보다 자기 아들인 내 남편과의 문제가 더 컸던 모양이다.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겉으론 표현안했지만 속으로는 은근 쾌재를 불렀다.
유지한 초딩처럼, '싸워라 싸워라~~~'
그러나 그 둘의 싸움이 둘째 아이때문에 불거지게 된 것을 알게된 이후로는
마음놓고 방관자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됐다.
귀가 들리지 않는 할머니가 집안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곧바로 다가가서 제지하거나 짜증내는 둘째 때문에
남편이 흥분을 하고 결국엔 몽둥이를 들어 내리치고.
처음엔 참고 넘어갔다.
그러나 두번째 일이 발생해서 둘째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땐
나, 한동안 말이 없다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
" 신고해, 번호는 알지? "
엄마말을 잘 듣는 녀석은 곧바로 신고한 모양이다.
과연 몇시간 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땐
경찰임을 직감했다.
예상했던 상황을 설명하다가...
"그런데요, 어머니. 할머니가 소독약을 먹고 자살시도를 했어요.
그래서 방금 119 차 타고 병원에 갔습니다. 알고는 계세요.
이번 사건은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에 처리결과 알려드릴께요. "
극으로 치닫는 상황의 중심엔 왜 항상 그 혹은 그의 엄마가 있었을까...
환멸스럽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수화기 넘어로 쌩쌩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아... 죽지않을 만큼 먹었구나... 일급독성물질도 아닌 소독용 에탄올 그걸 자셨구나...
퇴근 후 ,
식탁을 사이에 두고 난 그에게 정식으로 이혼을 제안했고
그는 응한 상태이다.
재산분할까지는 문제없을 것 같다.
그런데 친권, 양육권 얘길 하니 잠잠했던 성질이 폭발하나보다.
" 니가 알아서 다해!!! "
나는 이혼을 할 수 있을까?
해야하는 게 옳을까? 옳고 그른 문제인가?
나와 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다는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최선일까?
이혼하고 내가 아이들을 맡으며 직장생활을 지금처럼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럼 자신이 없어서 다시 지금처럼 대강 남편의 힘을 빌려서
부조리하고 포악한 상황을 감내하며 지내야한단 말인가?
최근에 이혼한 지인 몇사람에게 물어보니
후회하지 않는 단다.
내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이혼해야한다고 한다.
이혼하기 위한 서류와 절차를 찾아봤다.
뭐 좋은 일도 아닌데 이딴 형식적인 것들 무슨 즐거운 마음으로 채워나가리...
누군가 답을 얘기해주면 좋겠다...
오늘은 그놈의 '누군가'가 참으로 절실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