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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출 활동일지(中) - 캐릭터 분석

대사 읽기 원테이크 전에 가장 먼저 추천드리는 활동

by 선혜

연극 습작 연출, 3월 정기공연 기획팀원, 9월 정기공연 조연출을 일하며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다. 캐릭터 분석을 얼마나 세밀하게 하는지에 따라 자연스럽고 각자만의 매력을 뽐낼 수 있다. 하나의 캐릭터여도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다. 캐릭터 분석에서는 '연기력'이 아닌 배우가 이 작품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이 공연에 애착이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배우를 만들었고 등장인물로 넣은 것은 각색한 연출의 몫이다. 하지만 M을 어떤 성격과 성향, 가치관, 차림새 등 연출이 생각하고 있는 의도와 배우가 생각하고 있는 의도를 이야기하면서 절충하는 시간을 가져야 나중에 어떤 문제가 와도 괴리감에서 탈출할 수 있다.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데요. 그냥 달라요.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

"연출님께서 생각하신 배우는 이런 모습인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연출에게 보여준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이런 배우의 모습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제 방법 고집하면 안 되나요?"

"... 왜 안 되나요? 휴"


동선과 액팅을 짜고 나서 많은 연습을 하고 나서 불쑥 이와 같이 말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다 같이 손을 잡고 정차 없는 컴퓨터의 로딩 중 상황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작업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때도 되지 않은 업데이트가 실행된다거나 분명 저장을 했는데 복원을 못하고 8시간짜리 작업물이 날아가버린다는 참사를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추후에 누군가 '연극 공연 연습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뭔가요?'하고 물어본다면 나는 냉큼 먼저 만나서 인사 나누고 친해지는 사이가 되는 것, 한번 연극 대본을 돌아가면서 읽으면서 피드백하는 시간과 캐릭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대답한다.


캐릭터 분석의 중요성은 교류 대학 간 선배의 연극 활동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하여 나도 똑같이 그 파일을 전수받고(?) 습작 때 적용하였다. 동기들의 작은 귀찮음이 보였지만 나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나중에 그 캐릭터 분석한 종이가 단순 a4종이가 아닌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그 선배의 연극 활동으로 인한 캐릭터 분석 추천이 없었다면 나는 이 분석하는 시간대신 바로 대사 외우기에 몰입했을 것이고 문제가 생길 때 머릿속에 물음표가 얼굴에 이어져 계속 뜬구름을 잡아도 발만 동동 굴었을지 모른다.


서론이 매우 길었다. 캐릭터 분석은 '생리적 차원, 심리적 차원, 심리적 차원'으로 표를 나눈다.


생리적 차원

성별, 나이, 키와 몸무게, 머리(눈, 피부, 머리스타일), 몸의 자세, 건강상태, 용모, 결함, 의상(이른바 OOTD...), 걸음걸이, 유전, 걸음, 말씨(배역의 고향은, 말의 빠르기, 사투리 사용 유무?)


사회적 차원

계층, 직업, 가정생활, 자신의 종교, 사회에 대한 적응도

직업: 태도, 환경조건, 노동 시간, 일에 대한 적응도, 최종학력, 성적,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 적성

가정생활: 부모에게 받은 영향, 형제자매 유무, 소득 수준, 부모의 이혼 여부, 어머니의 습관, 어머니의 성숙도, 나쁜 습관, 가족 종교.

사회에 대한 적응도: 예절, 친구의 종류, 사회적 활동이나 단체에서의 참여도, 신념이나 좌우명, 모임에서의 역할, 이성에 대한 태도


- 이때 가정생활은 현대극이라면 더더욱 영향을 미친다.

- 종교가 중요한 것은 그 종교가 무대 소품이나 말의 습관에 따라 묻어날 수 있다. 불교라는 종교를 지닌 주인공이 갑자기 식사할 때 '아멘'을 외치는 것도 의문을 가질 장면이다. (현실적으로 안 된다는 말이 아니라 관객이 어? 뭐지.라고 의문이 든다면 그 의문을 해소해야 하는 게 공연단의 의무 아닐까. )


심리적 차원

성생활의 도덕적 기준, 개인적인 목표, 욕구불만, 기질, 삶에 대한 태도, 콤플렉스, 성격, 능력(언어와 재능), 특성(상상력, 판단력, 기호, 제스처)


표를 만들어 생리적, 사회적, 심리적 차원으로 나눈다.


단, 이 캐릭터분석은 새로운 인물 탄생이 아니다. 대본에 근거해 작성하고 대본에 없는 요소는 배우들이 각자 상상하고 적어본다.


캐릭터 분석을 하니 연극을 하고 싶다... 행복하다.

조연출 연극 활동하면서 새벽 무대를 보기도 하고 컵라면 먹방을 찍어본 적이 있다. 무릇 이 대표 사진을 보니 문득 떠올랐다.


이 자리에 빌어, 캐릭터분석 활동에 영향을 준 선배에게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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