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 작품과 1주 차 연습 활동 일지
연극단 공고 카톡과 대본인 파일을 열어 처음으로 느낀 반응은 얼굴 근육이 먼저 반응하였고 이내 입꼬리가 들썩 올라갔다.
"오호~ 한국문학작품으로 각색을 했다고?"
소설을 각색으로 하여 희곡으로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점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어떤 메시지를 담아 이야기할 것이고 대사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간혹 얼렁뚱땅 바꾼다면, 소설을 각색으로 바꾼 작품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모방으로 새롭게 탄생한 작품이 된다. 그래서 살리고 싶은 장면을 연출적 요소를 잘 바꿔 등장인물의 등장씬이나 대사, 퇴장에서 자연스럽게 바꿔야 한다.
국어국문학부여서 '한국문학'에 흔들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출 선배께서 공연을 올릴 작품은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이다. 김동인 소설가는 <배따라기>(1921), <감자>(1925)로 잘 알려져 있다. 김동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김동인은 1900년 10월 2일에 태어나 1951년 01월 05일에 사망했다. 직업은 소설가, 언론인, 문학평론가, 시인이고 근대 단편소설 양식의 정교화에 이바지한 점, 한국 근대문학의 초창기를 그대로 체현한 점에 있어 한국 문학에 빼놓을 수 없지만 김동인은 명백한 친일행각으로 인해 그의 성향은 '친일반미족 행위자'로 알 수 있다. 이른바 '친일파'이다.
각색된 <발가락이 닮았다>는 소설의 시점이 K에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M의 시점으로 흘러간다는 점이었다. 이는 M을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과 타락, 그의 최후에 대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보였다. 멀리서 보면 친일행각을 했던 저자의 최후를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한국 문학 작품을 수없이 보게 되는데 좋은 작품에 '친일파'라는 정보를 알게 되면 그렇게 실망스럽다. 학부생만이 생각하는 정보의 기웃 거림이겠지만 그렇게 새로이 알게 되면 그것을 연구할 때 복잡하기도 하다.
본론으로 넘어가 1주 차는 연출, 조연출, 배우끼리 만나 연습을 했다. 본명을 여기서 말하기 어려우니 맡은 배역으로 적는 것을 전제로 하자. M은 억양이 좋았다. 독특한 톤이 좋았고 매력적이었다. 독특한 톤은 거기서 나오는 분위기가 이 한 장면의 흐름을 같이 한다고 본다. M의 긴 대사가 많아 호흡법과 발성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T는 악센트, 장음, 단음을 구분하고 행동동사를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T 캐릭터가 소위 얌체 같아 배우와 거리가 있어 보였다. 맡은 배우는 예의 바르시고 얌전했기에 T의 캐릭터 분석을 레퍼런스와 함께 작성해 보기로 했다. M의 아내는 야외공연을 했던 작품의 배역을 모두 떨쳐버린 채 리딩을 했다. 전체적으로 목소리톤에 거슬림이 없었다. K는 어디로 갔을까. 아무래도 알바로 나오지 못했다.
처음 연습이니 이 정도면 좋았다. 다음 연습 일지에는 어떻게 흐름을 가져가고 캐릭터분석을 했는지에 대한 연극 준비 과정으로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