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시간] - 계속 연기하며 살고 싶은 이소은 님
연극 에세이의 새로운 인터뷰 코너, '나만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시간'입니다.
차가운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고 봄을 맞이하는 3월의 끝자락.
만일 계속하고 싶은 열망과 꿈이 생겼다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까요. 한 방향인 길로 가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이 있기에 몰입을 다하여 사랑할 수 있습니다. 배우를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하고 그렇게 연극을 좋아하게 되면서 계속 경험, 추억을 쌓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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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4요소는 배우, 무대, 희곡, 관객입니다. 오늘은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하는 연극의 배우, 오늘은 '배우'로 연극의 의미를 만들어볼까요?
[나만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시간]의 두 번째 - 배우 편
1. 안녕하세요. 소은 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늘 무대를 갈망하고 조명을 사랑하는 이소은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연기하는 게 좋았는데 무대와 조명의 매력에 빠져 연극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연기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2. 소은 님은 연극에서 배우로 활동했던 일뿐만 아니라 스냅사진 모델로도 활동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영향이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상황극 하는 것과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어 배우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시작했는데, 첫 무대에 올라 조명을 마주한 순간부터 진심으로 연극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또, 제가 사랑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해서 사진작가의 꿈을 꾸기도 했어요. 어느 시점부터 저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면서 나 자신의 순간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스냅 모델 요청을 받아 같이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3. 열정적으로 몰입을 경험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간략한 소개와 그때 느꼈던 감정을 표현해 주세요.
2024년 여름, 울산 장생포에서 호러 페스티벌 귀신 역할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열정적으로 몰입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의상과 분장이 너무 사실적이기도 했고 음산한 분위기가 저를 몰입하게 만들었는데, 제가 진짜 귀신이 된 것처럼 인간이 싫었고 ‘왜 나를 보고 웃지? 겁도 없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진심으로 노려봤던 기억이 나네요.
4. 소은 님은 배우 역할을 대부분 해보셨는데, 배우 외 다른 역할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역할을 맡으셨나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쭉 배우가 하고 싶었는데 관련 학과를 못 가서 그런지 괜히 배우 아니면 안 하겠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무대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게 조금은 힘들었던 것 같기도 했고요. 지금은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라 그런지 다른 역할로 참여하지 않은 게 약간 후회되기도 하네요 ㅎㅎ. 다시 돌아간다면 연출이나 조연출을 해보고 싶을 것 같아요.
5. 연극을 정의하면 ‘배우가 무대 위에서 대본에 따라 관객에게 연기를 보이는 예술’, ‘다른 사람에게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말이나 행동’을 뜻하는데요. 연극 공연을 준비하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 볼게요. 그때의 소은 님에게 연극은 어떤 존재일까요?
연기에만 관심 있고, 연극을 사랑하지 않았던 과거의 저에게 연극은 보러 가고 싶은 흥미로운 것일 것 같아요. ‘그냥 저런 연극을 하네? 재밌겠다.’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연극을 사랑했음에도 무대에 서지 못했던 과거의 저에게 연극은 괴로움이었을 것 같네요.
연극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연극을 보면 무대에 내가 서 있어야 할 것 같고, 내가 저 조명을 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아무리 재밌는 연극을 봐도 슬펐을 것 같아요.
1. 대학교에 수많은 동아리가 있어요. 연극 동아리 역시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해보고 싶은 사람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연극 동아리는 어떤 계기로 들어오게 되었나요? 배우를 지망해 들어오게 되었나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연극을 사랑하게 되었고, 원래는 연극영화과에 가는 게 목표였는데요.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서 결국 포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무대에 너무 서고 싶었던 터라 학교가 정해지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우리 학교에 연극 동아리가 있는지 찾아보는 거였어요. 있다는 걸 알자마자 회장님께 연락드려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배우를 지망해서 들어왔어요.
2. 드라마 극예술연구회에서 첫 연극 제목 및 맡은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는 <트리케라톱스>에서 오디션-니나 역을 맡았습니다. 니나는 저처럼 연기를 사랑하는 친구였는데요. 약간은 엉뚱하지만 너무나도 연기에 진심인 모습을 보고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에겐 아직도 굉장히 소중한 배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연극을 갈망하다가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올린 연극이라 그런지 마음이 굉장히 복잡했어요. 오랜만에 서는 연극 무대가 너무나도 소중했고, 코로나 사태로 계속 미뤄진 후에 겨우 끝낸 연극이라 뿌듯하고 후련하기도 했고, 이제 또 언제 무대에 올라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슬퍼지기도 했던 것 같네요.
3. 배우는 관객들에게 연기를 보여줘야 하기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에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이나 연극 공연에 앞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궁금해요.
용기가 필요하고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올라 사람들의 시선을 온전히 받는 게 어려운 사람도 있고, 연극은 매체 연기와 달리 실수하면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저는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지금까지 수없이 분석하고 연습하고 노력한 나에 대한 믿음과 혹여나 내가 실수해도 티 나지 않게 받아쳐줄 것이라는 상대 배우에 대한 믿음.
연극 공연에 앞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연극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고 공연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내가 몰입해서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면 자연스럽지 않고 상대 배우나 관객들도 몰입하기 힘들거든요.
4. 배우로서 긴장감이나 떨림을 완화하는 소은 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저는 딱히 긴장이나 떨림을 없애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받아들인다고 해야 하나? 무대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아서 떨리는 건 정말 싫어해요. 그래서 툭 치면 나올 정도로 대사를 외우고 제가 맡은 역할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5. 가장 좋아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이 있나요?
(연극을 보게 된 상황이나 이유가 궁금해요. 기억이 난다면 소은 님이 생각하는 명대사도 궁금합니다.)
뮤지컬 <킹키부츠>를 가장 좋아해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좋아하는 배우를 보러 갔어요. 보고 난 후에 푹 빠져서 지금까지 5번은 본 것 같아요. 명대사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라”입니다.
6. 연극 외에 일상의 소은 님도 궁금해요. 소은 님의 취미가 있으신가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시나요?
저는 애니메이션 보는 걸 좋아해서 밥 먹을 때도 명탐정 코난을 보고 연기 연습과 공부가 끝나고 남는 시간에도 보는 것 같아요. 요즘은 게임도 시작했는데, 스타듀밸리라는 힐링 게임을 하고 있어요.
행복감을 느낄 때는 주로 가족들과 함께 모여서 대화하는 것이에요. 저희 집 강아지 쿠키랑 바닷가에서 파도소리 들으면서 멍 때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1. 드라마 극예술연구회, 외부 극단 활동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소중한 인연을 얻은 게 가장 큰 것 같고, 연기에 대한 미련도 많이 털어버린 것 같아요. 이제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을 봐도 예전처럼 괴롭진 않더라고요.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아예 그만두진 않겠지만요. ㅎㅎ
2. 배우 리딩, 동선 연습하면서 듣는 노래,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집중을 하면서 연습하기 때문에 딱히 노래를 듣진 않습니다. 그래도 더 몰입하기 위해서 대본에 맞는 분위기의 음악을 작게 틀어놓고 할 때도 있었어요. 때마다 달라서 추천은 못하겠네요.
3. 울산연극제에서 ‘달려라 큰 애기!’로 배우를 맡으셨다고요? 그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네 맞습니다. 달려라 큰 애기에서 만취녀 역할을 맡았었는데요. 제 성격이랑 완전 다른 역할이었기 때문에 일단 저를 완전히 내려놓고 역할에 몰입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남들 시선을 의식하고 저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해서 굉장히 어렵고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4. 연극 공연을 꾸준히 활동하고 계세요. 휴식 기간 없이 활동하면 지치는 날도 많았을 것 같아요. 계속 연극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저는 휴식 기간 없이 활동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고 봐주셔서 감사하네요. 제가 연극을 계속하게 되는 건 역시 커튼콜 때문인 것 같아요. 연극을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고 아 이번 연극만 하고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가도 준비한 연극을 끝내고 커튼콜 때 관객에게 받는 박수와 환호는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 벅찬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계속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아마 한 번이라도 공연 올린 사람들은 다 공감하지 않을까요?
1. '나의 롤모델'은?
롤모델은 놀랍게도 없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은 미래의 저를 롤모델로 잡을 것 같아요. 그리고 더 나은 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만약 연극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소은 님은 무엇을 하고 대학 생활을 보냈을 것 같나요?
연극을 안 했다면, 조용히 학교 다니면서 그냥 공부만 하고 있었을 것 같네요. 그건 상상만 해도 무료하고 괴로운 일인데요. ㅠㅠ
3. 연극이 뮤지컬과 영화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혹여 연극을 접하고 싶지만, 앞의 이유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일단 한 번 보세요. 연극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실 걸요.
살면서 겪어보지 못할 일을 연극을 통해 경험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 하는 거 아닐까요?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또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다시 한번 눈부신 조명 아래서 관객의 박수와 환호를 받기 위해 하는 것 같아요.
5.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의 모든 순간들과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또 만들어간다고 생각해요. 하루하루 더 나은 날과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