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싼데 괜찮은 거 찾는 중

비싸면 멈칫, 싸면 혹함

by 똑똑한호구

넉넉하지 못한 어린 시절에는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싼 물건은 없는지 두리번거리는 것이 습관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시작하면서 대학가 인근의 싼 물가임에도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대학교 1학년 첫해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는 잘 지내냐는 인사 대신에


"돈 떨어졌니?"라는 첫마디를 들은 이후로 단 한 번도 보내주신 용돈을 다 써버리는 일을 만들지 않았다.


원룸이거나 반지하 자취방에 살게 되었을 때조차도 나는 학교 식당의 1,500원짜리 정식대신 1,200원짜리 비빔밥메뉴를 먹고 용돈을 아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에서 매일같이 야근을 해도 돌아오는 월급은 120만 원 정도. 그 돈으로는 해외여행이나 취미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20대, 30대를 지나 이제는 중년으로 접어들었는데 어릴 때부터 아끼던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부작용은 자꾸만 싼 물건을 찾는다는 것이다.


물건의 가치는 가격에 반영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비싼 게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나 같은 사람들의 문제는 싼 물건만 찾고 있는 경우.


길을 지나다가 값싼 물건이 눈에 띄면 혹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또는 어떤 물건을 고를 때 품질이나 디자인, 효율성 등등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다가... 결국은 가격이 싼 것으로 고르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나중에 가격 싼 물건을 고른 것을 후회하게 된다는 것.


지금은 내 기준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음에도, 사회생활 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씩은 있다는 그 흔한 명품 가방하나가 없고, 명품 옷이나 신발 하나가 없다. (사실 요즘 명품보다 가성비인 시대가 온 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어떤 패션 유투버가 했던 말 "가격은 Science!"


부모님께 ‘싼 건 이유가 있다’고 잔소리했지만, 결국 부모님도 같은 단지에서 가장 저렴한 집을 고르셨다. 가장 저렴한 집을 고른 이유가 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란 게 핵심. 내가 싼 물건을 찾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이유는 아닌가 보다. 피는 못 속이는 걸까, 나도 부모님도 ‘같은 DNA’였다.


그리하여 결론은...?


신경 쓸 곳이 더 많아졌다. 이사 후에 작업할 순 없으니 이사하기 이전에 살면서 필요할만한 부분을 챙기다 보니 사야 할 물건만이 아니라 부모님이 이사 가실 집에 미리 설치하거나 손볼 곳들이 여러 곳이다.


어쩌다 보니 내 집도 이사를 들어갈 때 시간이 없어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고 공사과정도 잘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부모님 집은 비용을 아끼자고 이곳저곳 연락해서 턴키 작업을 하고 있다.


‘턴키(Turn-key)’는 열쇠를 돌리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인테리어에서는 한 업체가 모든 공정을 책임지고 진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여기서 그 한 업체가 나다 ㅎㅎ)


싸고 좋은 건 없다고 부모님께 잔소리했지만,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인터넷에서 ‘적당히 싼데 괜찮은 물건’을 기웃거린다.

비싸면 멈칫, 싸면 혹함. 어쩌면 이게 내가 호구인 이유 중의 하나일 수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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