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의 취향은?
2009년 11월 28일은 대한민국에 스마트폰이 처음으로 출시되는 날이었다.
사전예약을 받고 밤새 줄 서기를 하고 얼리 어댑터들은 스마트폰의 세상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2998236?sid=105
나는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냐면, 아니 그때 난 어떤 상황이었냐면,
그해 봄쯤에 아주 저렴한 가격의 핸드폰으로 교체를 한 상태였다.
2009년, 나는 아직 피처폰을 쓰고 있었다
그때 당시 다니던 회사에 얼리어댑터이면서 애플마니아인 직원분이 계셨는데 간절히 원하던 아이폰을 손에 넣은 뒤 회의실에서 모여 있을 때 자랑자랑 하시던 기억이 난다.
나: 아이폰이 그래서 좋은 점이 뭐예요?
애플마니아: 있잖아. 아이폰으로 지금 이 회의실에서 이 근방에 있는 스타벅스를 다 확인할 수 있어.
나: 그래서요?
애플마니아: 지금 이 회의실에 앉아 있는데 스타벅스가 어디 있는지 다 보여~~
나: 근데 그걸 왜 알아야 하죠?
애플마니아: 침묵.....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릴 지경이다.
밖에 나가면 다 확인이 되는데 왜 굳이 그걸 핸드폰으로 확인해야 하나 생각했던 것 같다. 굳이 덧붙이면 나는 별다방 마니아도 아니었고 잘 가지도 않는 별다방 위치는 알아서 뭐 하나 싶었다.
그리고 거기 더해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휴대폰 때문에 나의 스마트폰 입성은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만 했다. 그때 당시는 나처럼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모임 같은 전체 공지가 필요할 때면 모임 총무들은 카카오톡에 없는 멤버들에게 일일이 전화나 SMS문자를 보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생각해 보니 그때 모임을 주도하던 친구들로부터 욕먹었던 기억이 난다. 너도 빨리 핸드폰 바꾸라는 압력과 더불어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나는 그렇게 약간은 융통성이 떨어지고 폐쇄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2009년. 내가 직장생활에서 자리를 겨우 잡아가던 시절이었다. 월급은 여전히 적었고 남들에 비해 늦게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난 언제나 내가 뒤처져 있다고 생각했던 때였다.
그런 부족함과 결핍이 나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여력을 갖기 힘들게 했다.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커피숍 커피는 내 돈 주고 돈 아까워서 못 먹던 시절. 회사에선 점심 먹고 나서 함께 점심을 먹은 상대방이 커피를 마시자고 하면 당연히 난 언제나 아메리카노만 마셔댔다. 다른 여러 가지 음료를 시도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새로운 선택에서 돌아올 리스크를 만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아메리카노보다 비싼 다른 음료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던 것 같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되고 나의 취향이라든가 취미생활이나 주말에 뭐 할지 정도도 생각하게 되었나 보다.
어느 순간 소심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남들 모르게 시도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게 내 성격이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건 나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30대가 되고 나서부터였다.
지금은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싶을 때 커피숍에 간다. 물론 가끔 혼자이고 싶을때도.. ㅎㅎ(물론 매일 아침의 커피는 카페인 섭취일뿐이라 저가형 커피숍 take-out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내가 좋아서 커피숍을 찾고 내가 좋아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다른 새로운 메뉴를 선택했을 때 오는 리스크를 피하고자 한다기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봤지만 특별히 signature 메뉴가 있는 곳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아! 그리고 지금 나는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두 개의 스마트폰을 쓴다. 결국 내 개인적인 취향은 안드로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