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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서프라~~이즈

깜짝 이벤트가 일상인 아이

by 커리어포유

(쓰다 보니 아들 자랑이 좀 많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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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준비를 하다 말고 열심히 허공에 팔을 휘젓고 있는 아들...

"너 뭐 해?"

"지휘연습..."

"무슨 지휘?"

"내일 방학식 때 애국가 지휘해야 해.

그래서 오늘 선생님이 리허설해 본다고 유튜브 영상 보고 연습해 오랬어."

중책을 맡은 아들...

그런데 뭔가 생각대로 잘 안 되는지 애국가 반주가 계속 도돌이표다.

"너 예전에 지휘했었잖아. 그때 기억 떠올려서 하면 되지. 잘 안 되면 오늘 학교 다녀와서 엄마랑 연습하자."

학교가 늦을 것 같아 서둘러 보내고 나니 그날이 생각났다.




아들 학교는 격년제로 학예회를 연다.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 학부모도 초대해서 각 학년 반별로 준비한 공연을 한다.

k-pop에 맞춰 댄스를 선보이기도 하고, 악기 연주를 하기도 하고, 사물놀이, 아카펠라, 연극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진다.

당시 4학년이었던 아들반은 합창을 하기로 했다.

내심 춤을 추거나 연극을 하고 싶었던 아들은 발표 종목이 정해지자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반 친구들 투표로 결정된 사항이라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눈치였다.

준비한 곡은 두 곡.

하나는 간단한 율동이 더해졌고,

다른 하나는 수어와 함께 부르는 따뜻한 노래였다.

그런데 학예회 하루 전...

아들 친구에게서 온 문자를 봐 버렸다.

지휘 연습은 잘하고 있어?

"아들... 너 내일 지휘 해?"

"으아! 진짜!

서프라이즈 하려고 했는데... 망했어..."

당시 반장이었던 아들에게 담임선생님께서 지휘를 맡기셨고

아들은 노래 대신 지휘 연습을 했다.

무대에 올라 지휘봉을 들었을 때

엄마, 아빠가 놀라며 손뼉 치는 장면을 상상하며 꾹 참고 있었는데

기대감이 통째로 날아가버린 거다.

나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눈치 없는 엄마가 돼 버렸다.

(생각난 김에 그때 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울 아들 진짜 멋지다.

마음 같아선 영상을 널리 널리 공개하고 싶지만...

아들이 친구들 얼굴 나오면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당시 sns에도 친구들 얼굴 다 모자이크 처리하고 뒤통수만 나온 사진 한 장 겨우 공유했던 기억이...)

학예회가 끝나고 담임 선생님께서 영상 보내주시면서 아들 덕분에 반 무대가 가장 빛났다고,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아들 칭찬 많이 하셨다는 말씀에 어깨가 으쓱했던 기억이...)




아들은 깜짝 이벤트를 좋아한다.

3학년부터 5학년까지 3년 연속 반장이 됐을 때마다, 또 6학년 전교회장이 됐을 때도

매번 "떨어졌어..."라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을 진짜인 줄 알고 위로하던 엄마, 아빠에게

"사실은 됐지롱~"이라며 환하게 웃던 아이...

자신을 위로하는 엄마, 아빠에게 더 큰 기쁨을 주고 싶은 장난 어린 마음이었을 거다.

첨엔 진짜 속았는데 몇 번 반복되니 알면서 모른 척해 주기도 하고

가끔은 오히려 내가 아들을 위해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기도 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간식을 만들어 식탁 위에 올려놓고 몰래 숨어있는가 하면

화이트데이에는 한쪽 무릎 꿇고 앉아 나에게 꽃과 사탕을 건네기도 했다.(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본거야?)

누나 생일에는 머리에 리본을 묶고 "내가 선물이야!" 하며 나타나고,

예쁜 돌이나 나뭇잎을 볼 때면 꼭 사진을 찍어 가족 단톡방에 올려 사랑을 고백하곤 한다.

자신만의 레시피로 만든 음료를 와인잔에 예쁘게 담아 건네기도 하고,

집 안 곳곳에 비상금을 숨겨놓고

"먼저 찾는 사람이 용돈으로 써"라며 보물 찾기를 열어주기도 한다.


이 아이는 매일 엉뚱하지만 귀여운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그 안엔 항상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다.

가족들을 웃게 하려고,

기쁘게 하려고,

매일 자기만의 언어로 마음을 건넨다.

내가 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엄마라는 사실이

참 고맙고,

참 다행이다.




(원래 어제 올려야 했던 글인데 하루 늦은 관계로 한 문장 덧붙입니다.)

어제 리허설을 하면서 방송실 음향을 점검하던 중 문제가 생겼고

결국 애국가는 생략하기로 했다고 한다.ㅎㅎ



*부모 마음 처방전*

1. 일상의 사소한 이벤트도 아이의 애정 표현일 수 있어요.
'서프라이즈'는 아이가 기쁨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순간, 아이의 자존감도 함께 자라납니다.

2. 아이의 사랑표현을 당연하다 생각하지 마세요.
받은 마음은 꼭 반응으로 돌려주세요.
감탄하고, 웃어주고, 고맙다고 말해 주세요.
표현하는 사랑은 받아주는 순간 더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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