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많은 아이
갑자기 너 왜 울어?
안방에서 나오던 아들이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채 주방 쪽으로 다가왔다.
이내 입술을 꾹 다문 얼굴, 조용히 번지는 눈물.
지난주,
연재글을 다 쓰고 마지막으로 오탈자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노트북을 켜둔 채 잠시 물 한 잔 마시러 나왔는데 그새 아들이 그 글을 읽었나 보다.
"마지막 부분이 너무 감동적이야..."
아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 이 아이는 매일 엉뚱하지만 귀여운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그 안엔 항상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다.
가족들을 웃게 하려고,
기쁘게 하려고,
매일 자기만의 언어로 마음을 건넨다.
내가 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엄마라는 사실이
참 고맙고,
참 다행이다. (...)
아들은 원래 눈물이 많다.
영화를 보다가도 울고,
책을 읽다가도 울고,
심지어 TV 예능 속 누군가의 진심이 전해지는 장면에도 훌쩍인다.
친구가 건넨 작은 메모 하나,
선생님의 말 한마디를 전하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이.
슬퍼서 우는 것만은 아니다.
가끔은 분해서,
가끔은 억울해서,
그리고 아주 자주, 감동해서 운다.
그런데 나는 그 섬세함을 한 번씩 놓친다.
솔직히 아들의 눈물을 보며
'왜?' 싶은 순간이 종종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순간 내가 느끼지 못했던 걸
이 아이는 훨씬 먼저, 훨씬 크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다.
사실 나도 울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나도 참 많이 운다.
그런 나를 보며 딸이 가끔 놀리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슬프거나 감동적인 장면보다 '엄마의 마음'이 보이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
한 걸음 뒤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
다 주고도 늘 미안한 마음.
하지만 자식은 그 마음을 다 알지 못한 채 서운함을 품는다.
그 어긋남이 화면 너머 보일 때, 그렇게 애처롭다.
의학드라마도 잘 못 본다.
아픈 아이,
그 아이를 바라보며 무너지는 부모,
모든 게 내 탓인 양 자책하고
차라리 대신 아프고 싶다는 엄마의 대사.
엄마가 된다는 건,
세상의 모든 울음을 듣는 귀가 생기고, 그 울음에 심장이 먼저 저려오는 일이다.
나는 아들의 눈물이 좋다.
그건 마음이 자라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릴 줄 알고,
그 마음에 반응할 줄 안다는 건
그만큼 감정의 촉수가 예민하게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
누군가는 쉽게 지나치는 장면 앞에서도 이 아이는 마음이 머문다.
그리고 그 마음이 가득 차면 눈물이 된다.
그걸 억지로 참지 않고,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흘려보낼 줄 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이 감도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물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
타인의 슬픔에 무감해지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남의 감정에도 쉽게 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아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한동안 꼭 안고 있었다.
“우리 아들, 참 예쁜 마음을 가졌구나.”
*부모 마음 처방전*
1. 눈물은 마음이 자라는 증거입니다.
감정이 풍부한 아이는 작은 일에도 마음이 움직입니다.
슬퍼서만이 아니라, 고마워서, 미안해서, 감동받아서...
그 마음이 차오를 때 눈물이 되는 거예요.
그건 감정이 살아 있다는 뜻이고, 아이가 사람의 마음을 느낄 줄 안다는 뜻입니다.
2. "왜 우니?"보다는 '어떤 마음이었어?"라고 물어봐주세요.
눈물에는 말보다 진한 감정이 담겨 있어요.
표현은 서툴러도 그 안엔 분명 이유가 있죠.
아이의 눈물을 단지 감정의 표출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알아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3. 감정에 반응하는 힘은 아이의 큰 자산이 됩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고, 함께 슬퍼하고 웃을 수 있는 감수성은
무기력해지기 쉬운 세상 속에서 아이를 더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게 합니다.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아이는 언젠가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줄 줄도 아는 사람으로 자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