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팬심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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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에도 한번 고백한 적 있지만, 난 한 남자를 35년째 짝사랑 중이다.
가수 신. 승. 훈.
세월이 흘러도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다시 소녀가 된다.
그가 데뷔 35주년을 맞아 10년 만에 정규 12집 앨범을 들고 찾아온다는 소식에 팬들은 벌써부터 '승훈앓이' 중이다.
오는 23일 앨범 전체 공개에 앞서 오늘 저녁 6시에는 수록곡 <She was>가 선공개된다.
(아... 한시간도 안 남았다. 두근두근~~)
이 곡은 신승훈이 지난 35년간 함께해 준 팬들에게 전하는 헌정곡이다.
살짝 공개된 MV 속 배우 문소리의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졌다.
"소녀에서 숙녀로, 숙녀에서 엄마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늘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라니.
이 오빠 또 사람들을 얼마나 울리려고 이러는지...
https://www.youtube.com/watch?v=ZUxt5HAGOUk
그리고 11월.
그는 팬들을 직접 만나러 온다.
콘서트 티켓팅 공지가 뜨자마자 심장이 요동쳤다.
11월 1일.
서울에서 열리는 첫 공연은 그의 데뷔날이기도 하기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티켓이 오픈되자마다 전석 매진. 내 자리는 없었다.
막상 이렇게 되니 부산 공연도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껏 그의 부산 공연은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다 보러 갔는데...
혹시나 이번에 티켓팅에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열심히 손가락 운동을 마치고 떨리는 마음으로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이틀 공연을 동시에 예매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마침 모의고사를 마치고 딸이 일찍 집에 왔다.
우리는 앞자리 선점을 위한 전략을 세웠다.
그렇게 모녀 티켓팅 합작이 시작됐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좌석들 속에서도 다행히 둘 다 앞자리 확보에 성공했다.
예매 성공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이 터졌다.
생각해 보니 나도 딸의 덕질을 많이 도왔다.
중학교 1학년, 딸이 한참 BTS에 빠져있던 시절.
멤버의 생일 때마다 팬들이 카페를 열었는데 선착순 굿즈를 받기 위해 문을 열기도 전에 함께 줄을 섰다.
커피를 두 잔, 세 잔 마셔가며 종류별로 챙겨주던 날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생색을 냈다.
"딸... 넌 좋겠다. 내가 니 엄마라서..."
"응... 좋아."
딸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온 마음을 다해 몰입하는 순간이었고, 나는 그 몰입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나 역시 좋아하는 가수 앞에서 철없는 소녀가 되기에, 딸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안다.
누군가를 오래도록 좋아하는 마음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을.
엄마로선 가끔 흔들리지만, 코치로선 그 힘을 믿고 싶다.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지켜내는 일, 결국 그것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라는 것을.
자고로 덕질은 상부상조.
그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닮아가고 있다.
#가수신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