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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출 Nov 03. 2018

담쟁이 여인

현대시

담쟁이 여인

                                   김형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갈 때까지 못가더라도 발길 옮길 때마다

멈칫 바라본다

오늘은 아내의 예순 첫 번째 생일날이다

생전에 처음 미역국 끓이고

아침 밥상을 차렸다

아내의 생일 밥상 앞에 환갑처럼 울컥인다

황혼이 붉게 빛나다가도 서산 너머 해 기울면

묵언 수행, 묵행 수행 기도하며

담쟁이 여인 바라보다

석양에 단풍든 옷맵시, 환한 미소, 하며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울까,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모습이

망부석에 줄줄이 궤 놓고서

꿈과 사랑, 희망과 우정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고개를 살포시 든다

생의 무욕 아낌없이 불살라 한 점 남김없이

주고 가는 담쟁이 연인 가는 길에

노을이 불그레하다


출처: <시인뉴스>2018년 11월 1일자- '시가흐르는 징검다리' 발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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