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갈 때까지 못가더라도 발길 옮길 때마다
멈칫 바라본다
오늘은 아내의 예순 첫 번째 생일날이다
생전에 처음 미역국 끓이고
아침 밥상을 차렸다
아내의 생일 밥상 앞에 환갑처럼 울컥인다
황혼이 붉게 빛나다가도 서산 너머 해 기울면
묵언 수행, 묵행 수행 기도하며
담쟁이 여인 바라보다
석양에 단풍든 옷맵시, 환한 미소, 하며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울까,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모습이
망부석에 줄줄이 궤 놓고서
꿈과 사랑, 희망과 우정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고개를 살포시 든다
생의 무욕 아낌없이 불살라 한 점 남김없이
주고 가는 담쟁이 연인 가는 길에
노을이 불그레하다
출처: <시인뉴스>2018년 11월 1일자- '시가흐르는 징검다리' 발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