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TH]를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향미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런 걸 생각해 봤자 골치 아플 것이 뻔하거든. 누군가는 [BREATH]를 통해서 돈을 벌 테고, 누군가는 돈을 잃겠지, 그 정도를 생각할 뿐이다. 향미는 그저 자신에게 맡겨진 일, 냄새를 맡고 그것을 정해진 순서와 매뉴얼에 따라 입력을 하면 되는 거니까. 게다가 향미에겐 애초에 냄새와 특정 감정을 연결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향미에게 냄새란 그저 일상이고 어느 한 가지 감정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모든 감정 안에 있는 것에 가까웠다. 그래서 아무리 데이터에 기반한 이라고 해도 냄새와 감정을 하나의 작대기로 연결한다는 건 어색한 일이다. 이해가 안 되든 어색하든 향미의 생각의 끝은 나한테 맡겨진 일이나 잘하자, 이거다.
그 소식을 향미에게 처음 전해준 사람은 인섭이었다.
"[BREATH]를 누가 훔쳤대."
회사 돌아가는 소식에 어두운 인섭이 알고 있다는 건 회사를 떠도는 풍문이 아닌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
과연 그랬다. 주변에선 온통 그 얘기뿐이었다.
누군가 회사의 기밀 정보를 훔쳤다. 그래서 시장엔 곧 [BREATH]를 위협할만한 제품이 나올 거라고, 그 때문에 곧 회사의 주가가 내려갈 거라고, 그렇게 되면 회사는 적극적인 해고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아직 시장에 유사 제품이 없다고? 향미는 그게 더 의문이긴 했는데, 그래도 양심상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회사가 어떻게 되든 말든 그런 건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앞으로도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올게 확실할 때 얘기고. 회사가 어수선하다고 하니 향미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밀린 카드값을 다 정리하고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이는 참이었는데. 그래서 침대에 누워 무철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가볍게 물었다. 정말 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는지 말이다. 돌아온 답이라는 게 회사 일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는 거라니?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게 딱 질색인 향미는 팔을 빠르게 뺀 후, 어떤 말을 쏘아줄까 생각하는 참이다. 그때 무철이 한 말 때문에 향미는 하려던 말도 무철의 어깨에서 내린 자신의 팔을 어디로 가져가려 했는지도 까먹었다.
"그거 내가 훔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