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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민정 Apr 21. 2018

공부할 때 짜증내는 아이 다루기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사진출처: Christopher Capozziello for The New York Times (Oct. 4. 2016. Teaching Your Child Emotional Agility)


공부할 때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흔한 모습입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공부를 멈추려 합니다. "왜 그러니?"라고 물어도 아이들은 보통 "하기 싫다"라고만 합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의 감정을 보통 "짜증을 낸다" "화낸다" "끈기가 없다"라고 얘기하고 이를 인성교육으로 연결시켜 예의를 가르치거나, 혹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그럼 다음에 하라"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면 감정을 억누르거나 문제 상황에서 쉽게 포기하는 습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학습 상황에서 오는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학습 상황을 통제해나갈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방법


부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스스로 다룰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정서적 민첩성(Emotional Agility)'의 저자인 심리학자 수잔 데이비드의 연구를 인용한 뉴욕타임스지 기사를 번역하여 소개한 바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jmoon/15


여기서 실제로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계는 "구별하기" 였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구별하여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스스로 감정에 대처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할 때 우리말로는 보통 "화낸다" "짜증낸다" "버릇이 없다" "끈기가 없다"라고 합니다. 한편, 영어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을 들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많이 있습니다.

 

bored(지루한), embarrassed(당황한), sorry(서운한, 아쉬운), tired(피곤한), exhausted(매우 지친), nervous(불안한, 긴장되는), afraid(걱정하는), frightened(겁먹은), frustrated(좌절한), guilty(죄책감이 드는), ashamed(부끄러운), shy(낯을 가리는), worried(염려하는)......


이를 우리말 상황에도 적용하여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구분하고 해소하도록 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파악하는 질문 "무슨 일이 있니?"


먼저,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보일 때, "왜 그러니?"라고 묻지 않고 "무슨 일이 있니?"라고 묻습니다. "왜 그래?"라고 물으면 아이는 보통 "아니에요" 혹은 "그냥요"라고 말하는데, 이는 스스로 부정적인 얘길 꺼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어릴수록 이유와 감정에 대해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무엇(What) -> Where(어디에)/Who(누가)가 가장 먼저 습득되고, 그다음에서야 왜(Why)가 습득되기 때문에, 인과관계나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도 힘이 듭니다. 따라서 상황을 파악할 때는 무엇, 어디에, 누가와 같이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말하는 상황에서 교사나 부모님이 그 감정을 받아주고 적절한 표현을 말해줘서,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합니다.


(공부하는 내용이 어려워져서 한숨을 쉰 아이에게) 갑자기 새로운 내용이 나와서 당황했구나.

(발표 기회를 못 얻어서 상심한 아이에게) 오늘 아는 내용을 많이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발표를 많이 할 수 없어서 아쉬웠구나.

(수업 시간에 갑자기 엎드린 아이에게) 오늘 운동을 많이 하고 왔더니 많이 피곤하겠네.


이렇게 아이들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대신 표현해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금방 기운을 내고 오히려 "그렇지만 할 수 있어요"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을 공감해줘서일까요? 또한 감정도 학습되기 때문에 평소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화낸다, 짜증낸다, 버릇없다는 피드백만 들은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구분해서 표현하지 못하고, 예를 들어 당황하거나 서운한 상황에서도 화를 내는 것으로 표출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구별해서 적절히 표현하는 법만 익혀도 아이들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계획 세우기


마지막으로 아이와 함께 앞으로의 대처법에 대해 계획을 세워봅니다.


(공부하는 내용이 어려워져서 한숨을 쉰 아이에게) 갑자기 새로운 내용이 나와서 당황했구나. 하지만 반복해서 의미를 떠올려보면 어느새 외울 수 있거든. 

(발표 기회를 못 얻어서 상심한 아이에게) 오늘 아는 내용을 많이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발표를 많이 할 수 없어서 아쉬웠구나. 다음번엔 말하기를 좀 더 많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같이 해볼까?

(수업 시간에 갑자기 엎드린 아이에게) 오늘 운동을 많이 하고 왔더니 많이 피곤하겠네. 그럼 우선 좋아하는 영어 노래를 한 번 부르고 공부를 시작해볼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학습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이를 스스로 처리하고 학습을 지속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적인 감정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표현하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 참고문헌 >

KJ DELL'ANTONIA, Oct.4. 2016.  Teaching Your Child Emotional Agility,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16/10/04/well/family/teaching-your-child-emotional-agility.html?mabReward=R4&action=click&pgtype=Homepage&region=CColumn&module=Recommendation&src=

Patsy M. Lightbown, Nina Spada. 2006. How Languages are Learned?. Oxford University Press. p.5

전태련. 2008. 함께하는 교육학 4. 교육심리. 도서출판 마이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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