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헬스장 회원권을 끊었다면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까. 헬스에는 3대 운동이 있다. 학창 시절의 국어, 수학, 영어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가장 비중이 큰 스쿼트(S), 벤치프레스(B), 데드리프트(D)를 말한다. 영국의 문학비평가 '윌리엄 해즐릿'은 작가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설명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천재의 힘을 알고 싶으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야만 하고, 학식의 무의미함을 알려면 그의 주석자를 연구하면 된다.” 내가 고쳐 말하면 헬스에서 3대 운동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보다 더 중요하고, 그 밖의 운동은 3대 운동을 부연하는 주석에 불과하다. 3대 운동만 따로 측정하는 파워리프팅 대회가 있을 정도니 그 중요성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3대 운동은 왜 그렇게 중요할까. 이 세 종목은 단순히 신체 한 부위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신체 전반에 부하를 줄 수 있는 전신 운동이라서 훈련 효과가 크다. 헬스를 처음 시작하는데 어깨와 팔처럼 작은 근육을 단련하면 운동이 늘지 않는다. 운동 효과가 큰 3대 운동을 먼저 익히면서 기초를 다져야 몸을 발달시키는 원리도 빨리 깨친다. 3대 운동을 통해 하체와 등, 가슴과 같은 큰 근육을 집중적으로 자극하고 그다음에 몸 구석구석 작은 근육으로 넘어가는 게 순서다. 바쁘고 피곤한 직장인이라면 늘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3대 운동을 통해 큰 근육을 위주로 자극해서 운동 시간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3대 운동은 2개 이상의 관절을 사용하는 다관절 운동이기에 어느 정도의 힘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쉽게 배우기 어렵지만, 헬스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기꺼이 숙달해야 하는 종목이다. 비싼 개인 코치를 고용했다면 3대 운동부터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게 돈 버는 길이다. 나 역시 월요일에는 가슴(벤치프레스), 화요일에는 등짝(데드리프트), 수요일에는 하체(스쿼트)를 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3대 운동만 딱 하고 나오는 날도 많다. 그렇다면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뭘 할지에 대한 답도 나온다. 이틀 정도는 속 편하게 유산소를 하거나 어깨나 복부, 팔처럼 작은 근육을 단련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 계획은 계획이고 어떻게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헬스를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첫날에는 가슴을 하면서 프레스와 같은 어깨 종목을 추가로 해주고, 둘째 날에는 데드리프트하면서 턱걸이와 같은 등 운동을 섞어준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스쿼트를 하면서 레그레이즈와 같은 하체 단련을 섞는 식이다. 운동 루틴은 정답이 따로 없지만 3대 운동 위주로 일정을 짜는 게 온몸을 고루고루 운동하기에 적합하다.
헬스하다 보면 아침과 저녁 중에 언제 운동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난 항상 퇴근 후에 한다. 아침은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한때 어렵사리 아침 운동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한산해서 좋았지만, 깬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제대로 무게를 다루지 못했다. 아무래도 몸이 찌뿌드드하고 관절도 풀리지 않은 상태인데 바로 운동하려니 무리가 왔다. 그렇지만 아침 운동에 장점도 있다. 가볍게 몸 푸는 정도로 딱 좋다. 아침 운동을 나가면 곧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지만, 운동을 끝내고 사무실에 들어서면 몸 상태가 개운해진다. 무기력한 아침 시간이 활력으로 가득 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퇴근 후에 가는 헬스장을 더 좋아한다. 저녁 6시는 헬스장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지만 성장호르몬이 확 깨어나면서 고중량도 끄떡없는 몸 상태다. 물론 종일 일하느라 피곤하지만, 점심 식사한 지도 다섯 시간 정도밖에 안 되어서 배가 고프지 않고, 직장에서 활동하면서 관절과 근육이 어느 정도 풀린 상태로 운동을 하기에 고중량 운동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 그렇지만 늦은 저녁 운동은 추천하지 않는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정 무렵 갈 때가 있기는 하나, 그렇게 몸이 달뜬 상태로 집에 가면 잠이 제대로 올리 없다. 근육 합성에는 숙면이 중요하니 퇴근이 너무 늦으면 과감하게 운동을 내일로 미룬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을 빠졌다고 다음 날에 아침저녁 하루 두 번 하는 건 피한다. 의욕은 좋으나 설레발은 필패다. 시간도 아까우니 그냥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하려고 한다.
내 생각에 헬스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서 정해진 만큼 운동하고 오는 게 중요한 운동이다. 몸에 리듬을 만드는 과정이 근육을 발달시킨다. 영국 작가 앤서니 트롤럽은 잠도 없는지 이른 아침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소설을 쓰고 출근했다고 알려져 있다. 더 놀라운 건 그는 글을 쓸 때 회중시계 하나를 책상에 올려놓고 15분에 250자를 균일하게 써 내려갔다고 하니 가히 AI와 같은 수행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분량을 쓰고 펜을 내려놨다. 심지어 그날 장편소설 하나를 다 탈고해도 정해진 분량이 남아있다면 다음 소설 첫 문단을 쓰다가 출근했다고 하니 가히 무시무시한 정신력의 소유자로 볼 수 있다. 헬스가 일상에 가뿐하게 편입하기 위해서는 계획이 서는 활동이어야 한다. 앤서니 트롤럽같이 무섭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적어도 하루 어느 시점에는 무조건 헬스장에 간다는 루틴을 만드는 게 좋다는 얘기다. 나도 물론 헬스를 처음 접하던 무렵에는 퇴근하고 바로 헬스장에 가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야근이다 데이트다 술 약속이다 방해꾼이 많아서 그르치기 일쑤였다. 차곡차곡 잘 쌓아가던 루틴이 흐트러지면 평정심이 달아났다. 그래서 지금은 야근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평일 약속은 그냥 다 거절 놓기 바쁘다. 헬스에 방해되는 데이트 약속은 아예 잡지 않는다. 근육 합성을 방해하는 술은 그냥 끊어버렸다. 스무 살 초입부터 균일한 일과를 보내려고 노력했지만, 그르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하니 날 방해하는 약속이 다 사라졌다. 카카오톡이 조용하다. 운동을 방해하는 사람은 사라졌지만 친구도 함께 사라졌다. 내가 택한 외로움이니 기꺼이 받아들이며 산다. 나도 앤서니 트롤럽처럼 되고 싶으니까.
헬스는 매일 얼마나 해야 할까. 그건 개인마다 다 다르지만, 난 헬스장에 한 시간 넘게 머물지 않는다. 사실 헬스장에 머무는 시간보다 중요한 건 운동 한 세트마다 얼마나 쉬면서 하는 가다 헬스를 하며 짧은 시간 안에 운동 효과를 가져가고 싶다면 세트당 쉬는 시간을 2분 이상 가지면 안 된다. 벤치프레스 기계를 ‘벤치’라고 줄여서 부른다고 공원 벤치처럼 누워서 쉬는 용도가 아니다. 운동 중간중간 너무 오래 쉬면 운동 효율이 떨어질뿐더러, 딴 데 정신이 팔려서 집중력이 흩어진다. 핸드폰은 되도록 만지지 않고 사랑하는 아이돌, 아니 보디빌더의 코칭 영상을 틀어놓는다. 벤치프레스를 하는 날이라면 검색창에 ‘김성환 벤치프레스’라고 치고 한국의 대표적인 보디빌더 김성환 선수가 온화한 목소리로 벤치 프레스의 처음과 끝을 가르쳐준다. 굳이 그를 보러 역삼동 헬스장까지 갈 필요가 없다. '얼마나 좋은 세상이고!’ 세트가 끝나면 운동 중간중간에 스트레칭을 해준다. 몸이 굳지 않도록 잘 풀어주고, 운동이 끝나면 얼른 다음 사람에게 양보하는 게 에티켓이다. 헬스장에 오래 머문다고 몸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헬스는 운동량을 차차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헬스는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 헬스에는 점진적 과부하라는 원칙이 있다. 과부하는 어제보다 나은 수준으로 운동해야 한다는 말이고, 점진성은 부담 없이 낮은 강도부터 시작해서 숨이 차고 몸이 달달 떨릴 정도의 강도까지 점차 높여 가는 원리를 말한다. 우리 몸은 같은 무게에는 무뎌지는 적응력을 가지고 이다. 정해둔 무게와 운동량에 적응이 끝나고 리프팅이 수월해지면 지체 없이 운동 강도를 높여야 점진적 과부하에 다다를 수 있다. 점진적이라는 말뜻을 무시하고 생각 없이 바벨을 갖다 끼우다가는 십중팔구 부상이 찾아온다. 나도 차근차근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가지만 그날 컨디션이 별로라면 과감하게 바벨을 빼고 무게를 낮춘다. 헬스를 오늘내일만 할 게 아니기에 무리하지 않는다.
헬스에서 무거운 무게를 들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근육에 자극을 잘 주는 것이다. 원하는 부위를 잘 자극해서 몸을 만들어내야 성공한 헬스다. 그래서 부상을 방지하려면 스코어를 높이기보다는 목표 운동량을 정해두고 지켜가겠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나도 초창기에는 헬스장에서 뭘 하든 한 시간만 버티고 가자고 다짐했지만, 운동을 계속하다 보니 더 큰 근육이 갖고 싶은 욕심에 무게와 횟수를 점점 더 늘렸다. 하지만 운동량에 집착하다 보니 부상이 잦아졌고, 지금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찾고 이를 지켜가려고 노력한다. 보통 한 기구당 세트 수는 보통 네댓 번 정도 한다. 한 세트당 횟수는 10개쯤으로 정해두고 실패 지점까지 한다. 실패 지점이란 더 이상 바벨을 들어낼 수 없을 때를 말한다. 실패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야말로 근육 발달의 가장 강력한 지름길이니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극한까지 근력을 동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분명 잘 들리지 않던 무게가 가벼워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이 맛에 운동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