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민진 May 10. 2023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밌게

 헬스를 시작하면 메모해야 한다. 기록하면 어느 한 곳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운동할 수 있다. 기록해서 보면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쉽고, 내일의 각오도 다질 수 있다. 오늘 한 운동과 내일 할 운동을 기록해 두면 쉽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날그날 아이폰 메모장에 적어둔다. 헬스장에서 한 종목을 끝낼 때마다 체크를 하며 하루의 목표치를 하나씩 클리어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머리로 생각만 하는 것과 글로 적는 건 엄연히 다른 것이다. 운동도 글과 숫자로 적어 보면 생각보다 많은 걸 깨달을 수 있다. 마치 바둑에서 대국이 끝난 뒤, 해당 대국의 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순서대로 다시 복기하는 것처럼, 운동을 처음부터 재연해 보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 있다. 글로 복기가 어렵다면 운동용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서 운동하는 사진과 함께 간단한 기록만 올려두기도 한다. ‘벤치프레스 10 X 3, 밀리터리 프레스 12X3'과 같이 적어두면, 다음 날에는 팔로워를 의식해서라도 어제보다는 더 무겁고 많은 횟수를 해 내겠다는 결심이 설 것이다.


 메모한다고 해서 계획을 철저하게 세울 필요는 없다. 계획은 되도록 성기게 잡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이다. 헬스 초보자라면 운동 프로그램에 구애받기보다는 힘들게 체력을 탈탈 털어서 운동해 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되도록 무거운 무게로 많은 횟수를 성공하면 당연히 운동 효과가 커진다. 1시간보다는 2시간이 낫고, 10킬로그램을 들기보다는 20킬로그램을 들어내는 게 근육 발달에 효과적이다. 헬린이 때는 다치지 않는 선에서 제한을 두지 않고 열심히 해보는 게 좋다. 나도 초심자 때는 그랬다. 한 번 가면 시간과 무관하게 온몸이 지쳐 떨어질 때까지 하다 나왔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몸이 변화하는 게 눈이 잘 보이다 보니 더 의욕이 생겼던 것 같다. 전문가가 헬스 프로그램을 강조하는 이유는 힘들어서 질리거나 무리하다가 다치는 걸 우려해서지, 한계를 미리 두고 조금만 하다 가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니 너무 계획에 얽매이지 말고 다치지 않는 선에서 몸의 한계를 시험해 보는 것도 값진 경험이다. 온갖 헬스 정보가 범람하는 인터넷을 헤엄치며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 허우적대기보다는 우선 눈앞에 놓인 기구에 집중하려는 태도가 낫다.


 헬스가 끝났다면 그냥 가기보다는 가벼운 러닝이나 사이클로 마무리하는 게 좋다. 나도 바깥에서 달리는 걸 가장 좋아하지만, 시간이 없을 땐 러닝머신을 뛰다 나온다. 근력 운동 후에 러닝을 하면 몸에 저장된 탄수화물을 근육으로 만드는 걸 돕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러닝을 오래 하는 건 아니고 딱 이십 분 정도만 '런닝맨'을 보다가 나온다. 러닝 속도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처럼 빠른 속도로 뛰어야 살이 잘 빠진다.


 운동이 끝나면 그날 낑낑대며 한 게 아까워서 단백질 섭취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헬스의 오래된 속설에 근력운동 후 30분 이내에 단백질 식품을 먹어야 근육 합성이 잘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사실무근이다. 근력운동 후에 단백질을 먹는 건 근육에 도움이 되지만, 굳이 운동 직후에 단백질을 섭취해야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건 과장이다. 단백질은 서너 시간 후에 먹어도 충분하다. 다만, 운동하고 바로 단백질 음료를 먹어야 단백질 섭취를 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아닌가. 단백질은 꼭 침대에 누우면 생각난다. '아 내 프로틴!' 그마저도 헬스 초보자라면 단백질 섭취에 너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식사는 몸만들기의 핵심이지만, 단백질에 집착하기보다는 평소보다 건강하게 먹자는 다짐 정도면 족하다. 평범한 식사에도 알고 보면 상당한 양의 단백질이 들어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우선 자기 몸무게가 과하다고 여겨지면 군것질과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너무 말라서 근육을 더 늘리고 싶다면 고기와 야채를 더 챙겨 먹는 정도면 그만이다. 닭가슴살에 방울토마토와 같은 엄격한 식단은 우선 헬스에 완전히 익숙해지고 나서 생각할 문제다. 건강한 식단이란 생각보다 가혹한 일이다. 밤마다 먹방 유튜브를 보면서 포효하는 사람이라면 혼자 앓기보다는 개인 코치의 도움을 받는 게 유리하다. 요즘 개인 코치는 운동뿐 아니라 회원의 식사까지 통제하려 든다. 코치가 퍼붓는 잔소리와 비난 그리고 못지않은 격려와 위로를 듣다 보면 어느새 건강한 식단에 익숙해질 것이다.


 운동을 잘 배우기 위해서는 닮고 싶은 사람이 필요하다. 내 경우에는 회사 도료 중에 헬스에 미친 선배가 있었기에 운동에 몰두하기 쉬웠지만, 혼자서 헬스를 시작하는 경우라면 좋아하는 보디빌더의 유튜브를 구독하면서 운동을 배우는 게 좋다. 본보기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하다 보면 생각 외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진다. 그렇다면 역할 모형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첫 번째로는 나와 체형이 비슷한 사람이어야 한다. 내 경우에는 키가 작고 몸이 두꺼워서 키와 체중이 비슷한 김성환 선수를 본으로 삼고 따른다. 김성환 선수를 닮고 싶어서 그의 운동과 식사를 죄다 베끼고 있다. 롤모델과 키와 체형이 비슷하면 아무래도 운동을 하는 자세도 유사해서 수업 내용이 쏙쏙 이해될 수밖에 없다. 다른 유튜브 채널을 전전하며 여러 수업을 들어봤자 운동법은 거의 비슷하므로, 믿고 따를 수 있는 한 사람을 정해두고 운동을 해야 이런저런 이론에 휘둘리지 않는다. 닮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혼자 헬스장에 가도 둘이 함께 하는 기분이 든다. 영상을 통한 동기부여는 실로 큰 효용이 있어서, 롤모델이 운동과 식단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내 입맛도 싹 달아난다. 롤모델이 운동이 잘 돼서 기뻐하면 나도 덩달아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요동친다. 닮고 싶은 사람과 친밀해지면 지리멸렬하고 따분하게만 느껴지던 운동이 그가 입는 형형 색깔 타이츠 컬러처럼 화사한 일로 변모한다.


 난 여가 시간에도 헬스를 즐긴다. 여러 운동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를 구독하고 그들이 올리는 콘텐츠로 헬스에 관한 정보를 얻고, 헬스에 관한 밈과 농담거리를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낑낑대며 운동하는 걸 보면서 동기부여를 얻는다. 헬스 유튜버는 전문 보디빌더는 아니지만 언제든 헬스를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로운 콘텐츠를 찍어 올린다. 난 윤성빈, 김종국, 김계란, 권혁, 말왕, 핏블리와 같은 유명한 유튜버의 채널을 구독해 두고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일을 한다. 운동에 있어서는 운동 유튜브 채널이 KBS, BBC와 다름없다. 유튜버는 식단부터 운동 루틴 그리고 운동복에서 생활 습관까지 내가 뼛속까지 헬스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그것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헬스 유튜버 덕에 헬스가 더 즐거워졌다. 공짜로 헬스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유튜버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고작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알림 설정뿐이다. 그들 덕에 헬스는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는 걸 알았다. 언뜻 보면 헬스장에서 쇳덩이와 씨름하는 근육맨들이 다소 험악해 보일 수 있어도, 알고 보면 부지런하고 건전한 사람들이라는 걸 헬스 유튜버들이 증명해 냈다. 헬스가 무섭고 버겁다면 헬스 유튜버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건전한 취미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이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가 운동하는 걸 세세히 다뤄볼 생각이다. 운동은 각자 가기만의 스토리텔링이 있고, 그걸 근사하게 쓰는 사람이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얘기도 잘 들어보면 꽤 재미있다.

작가의 이전글 헬스의 3대 운동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