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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진 Aug 08. 2021

모든 운동은 결국 습관이다

소재 <리추얼>

 리추얼(Ritual)이란 세상의 방해에 맞서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다. 매일 반복적으로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무언가를 하며 성취를 얻는 습관을 말한다. 난 최근에 MZ세대의 리추얼로 손꼽히는 ‘미라클 모닝’을 시도해 봤다. 졸린 눈을 비비고 죽상을 한 채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헬스를 한다. 다른 목적 없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잡념을 풀어내며 공복 헬스를 한다. 출근 전, 하루 딱 30분이면 족하다. 트렌드에 편승해서 일찍 일어난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사실 자신이 없다) 아침에 뭔가를 이루고 밖을 나서면 적금 통장을 보는 것처럼 든든한 기분을 느낀다.


 최근 널리 퍼지고 있는 리추얼은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다. 요즘 MZ세대는 먹고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취향을 가꾸는 데 공을 들인다. 뭐든 상관없으니 내가 고유하다는 기쁨을 얻는 게 포인트다. SNS에 ‘#미라클모닝’ ‘#리추얼’로 검색하면 무수한 아침형 인간들이 일찍 일어난 새를 자처한다. 그들은 자신이 가꾼 습관을 온라인에 인증하면서 남과 다른 나를 시위한다. 엇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에서 고유한 이야기를 만든다는 기쁨이 그들의 아침잠을 쫓는다. 그런 작은 성공담이 모여 하루를 지탱하고, 결국엔 삶을 주도하는 기분을 얻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리추얼은 방구석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MZ세대에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


 이동진 작가의 책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에는 행복에 관한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습관이 행복 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다.” 이처럼 리추얼은 습관이 곧 자기 자신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이동진 작가는 유별난 다독가로 욕조에서 책을 일곱 시간씩 읽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 책을 놓아두고 독서를 한다. 일상 구간에 편재하게끔 습관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이동진은 자연스럽게 책을 수만 권 보유한 장서가가 되었고, 현재는 '파이아키아'라는 대형 작업실을 만들어서 혼자 놀기의 초절정 고수임을 증명했다. 이처럼 습관이 좋은 사람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일상에 취향이 묻어있는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정량의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디 그것뿐인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러닝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하루키적 라이프는 그의 에세이 판매고가 증명하듯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난 이 속된 대도시에서 저만의 고유한 리듬을 만들며 사는 하루키는 ‘리추얼’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내가 살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인물도 그 흔한 무라카미 하루키다. 무엇보다 뭘 하더라도 취향을 내세우는 그의 리추얼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하루키는 러닝, 음악, 독서, 글쓰기, 위스키, 저자극의 요리, 여행 혹은 이주를 바탕으로 한 루틴을 통해 리추얼로 가득한 일과를 만들어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모든 취향의 여파를 수많은 책에 녹여내서 삶을 에세이 시리즈로 발간했다. 수도승 같은 하루키의 일상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의 책을 읽으면서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되는 광경을 구경한다.


 난 올해 기필코 뉴욕을 여행하고, 원고지 천 매짜리 원고를 만들어서 출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런 빅 이벤트는 잘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일어나도 일회성에 불과하다. 순간적인 환희는 크나 결코 지속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오히려 작고 소소하더라도 습관이 잘든 사람이 행복에 더 가깝다. 매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이나 집에서 성공적인 반복 행위를 쌓아갈 수 있다면 매사에 짜임새가 생길 것이다. 우선 아침에 눈을 떠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떠올리는 게 리추얼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이다. 마약이나 투기 같은 큰 실수가 사람을 망치기도 하지만 나쁜 습관만큼 사람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요즘 MZ세대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뗄 수 없는 뉴 미디어 시대를 산다. 곳곳에 유혹이 깔려서 도무지 고요해지기 어려운 속된 도시에서 폰을 보며 걷는다. 나도 최근에 침대맡에서 유튜브의 알고리즘에서 헤엄을 치다가 밤잠을 설친 경험이 잦다. 아침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기보다는 유튜브를 보고, 퇴근하고 카페에 들러도 인스타그램 용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시끌벅적할수록 고유한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바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오직 나 하나만으로 오롯한 순간을 염원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폰은 리추얼을 파괴하는 거대한 적이다. 난 인스타그램을 깔아다가 지우기를 반복하고, 유튜브 없이 살아보려고 하지만 결코 놓여날 수 없었다. 최근에 빠져있는 콘텐츠는 추억의 스타크래프트 게임 방송인데, 게임 없이 살아온 지 이십 년은 된 것 같은데 난 간첩이 접신하는 것처럼 하루에 두 번씩 들어가서 방송을 시청한다. 이건 내가 원하는 리추얼이 아닌데 그렇게 굳어져 버렸다. 이런 걸 보면 '길티 플레져'가 리추얼이 되면 스트레스만 커진다.


 내 주위에도 의도치 않은 리추얼로 인생을 망친 사람이 있다. 내 작은 삼촌은 명절 때 고스톱을 구경하는 것처럼 기원을 드나들다 바둑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심심할 때마다 기원에 가서 바둑기보를 공부하고, 내기 바둑을 두고, 복덕방 김 영감에게 바둑 코치를 받으면서 제 삶을 놓아버렸다. 당시로는 드물게 서울 사 년제 영문학과를 나온 우리 삼촌이 한순간에 '장그래'가 된 것이다. 장그래는 나중에 취업이라도 잘했지 우리 삼촌은 바둑에 인생을 걸었다. 삼촌은 하루아침에 완생에서 미생으로 바뀌었고, 저녁 식사는 기원에서 끓여주는 라면을 해결하면서 건강까지 해쳤다. 백화점처럼 창문이 없는 기원에는 삼촌처럼 바둑과 동거동락하는 이들이 가득했고, 삼촌은 이창호의 바둑 기보를 복기하며 그 몇 평 되지도 않는 공간으로 인생을 한정시켰다. 이것도 나름 리추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삶의 의식이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삼촌은 바둑판에서 '갈라치기'에 능한 선수였지만 생계에서는 어림도 없는 잡기였음이 드러났다. 그는 현재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있을까. 사실 그걸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난 그를 보면서 습관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이처럼 좋든 나쁘든 습관이 그 사람을 규정한다. 나도 뭔가 그럴싸한 습관을 만들어보려고 최근에 리추얼 서비스에 가입해본 경험이 있다. 방구석에서 혼자 버텨내는 삶이 지겨워진 것도 한몫했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리추얼 친구를 찾아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기 전 일기 쓰기, 출근 전 30분 요가, 음악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비건 음식 공유하기, 동네 달리기, 집 가꾸기, 매일 글쓰기 등 안 해본 게 없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가 중시하는 리추얼은 물론 운동이다. 매일 공원을 뛰고 헬스장에서 몸을 다듬는 순간을 느끼며 성취감을 얻어간다. 육체의 퇴화를 늦추고 살아있다는 감각을 얻어간다. 그리고 그걸 인스타그램에 찍어 올리며 내가 여전하다는걸 드러낸다. 이처럼 리추얼 서비스는 모든 걸 온라인으로 인증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 시대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서비스는 소정의 돈을 내고, 특정 목표를 이루면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MZ세대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한때 유행처럼 잠시 스쳤다가 사라지는 한 철 반짝하는 트렌드에 질색했던 나도 지속 가능성을 끝없이 묻는 리추얼만큼은 끈덕지게 하고 있다. 마치 요즘 애들처럼 잘 놀고 있다. 역병이 창궐한 도시를 그럭저럭 잘 버텨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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