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에게 '질문'이라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나는 늘 나 자신에게 묻는다. 더 나은 내가 되려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하지 말아야 하고,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해야 한다는 같은 답만 돌아왔다.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어려웠다.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 날, 해야 할 것을 지속하고 하지 말 것을 중단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 내가 계속해야 할 일은 '쓰기'였고,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소모적인 '만남'과 그 안에서 오고 가는 한 귀로 왔다 한 귀로 나가게 되는 '말'이었다. '쓰기'는 지속됐고 넘쳐나는 '말'과 불필요한 '만남'은 중단됐다.
'코로나 19'는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자신의 삶과 절대 떼어 놓을 수 없는 단어다. 밖에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없는 것처럼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침투할 확률은 낮아도 늘 우리 삶에 붙어있는 존재가 됐다. 우리는 2020년을 코로나 19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기나긴 터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그것을 받아들이고 바이러스와 함께 삶을 계속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
낯선 존재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봄이 꿈틀대던 올해 초였던가.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던 그즈음, 나는 새로운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라는 단어는 내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켰고 전에 경험하지 못한 무서움을 느끼게 했다. 어떤 대상을 무조건 배척하고 두려워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걸까? 이렇게 반응하는 나 자신조차 무섭고 두려웠다. 봄의 기운이 넘실대는 모습을 집안에서 지켜봐야 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봄 냄새는 마스크에 막혀 내게 다가오지 못했다. 모든 것이 풀어져도 좋을 계절, 마땅히 풀어지게 되는 계절, 나는 옷을 더 여며 쥐며 마음을 단단히 가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고 '인정'과 '수용'은 꺼낼 수 없는 단어가 됐다. 때문에 공포심으로 나 스스로가 내게 붙인 '코로나 19'를 풀어준다는 것은 어렵고도 힘겨운 일이었다.
'공존'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자의 반 타의 반 갇힌 생활을 했고 이내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코로나 블루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달라지지 않은 일, 달라져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읽고 쓰는 일이었다. 오히려 두 가지 일에 더욱 매달렸다. 대화의 대상은 책과 텅 비어 있는 컴퓨터 화면이었다. 마음은 화면처럼 텅 비어있었지만 빈 공간이 채워질수록 새로운 시대와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읽고 쓰면서 스스로를 다독였고, 나 말고도 힘겨워하는 타인과 그들이 사는 비대면 세상을 위로하고 이해하고 싶었다. '네 시작은 우울했으나 네 끝은 함께 명랑하리라.'
'코로나 19가 퍼졌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우울했다.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이 읽고 썼다. 우울함은 사라지고 새로운 삶이 찾아왔다.' 생의 한가운데에서 만난 낯선 존재가 나를 무너뜨리려 할 때 나는 위와 같은 방법을 택했고, 그것은 '버티는 힘'이 됐다.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삶이 사라지기라도 하듯 쓰기에 집중했다. '쓰기'는 습관이 됐고,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무기가 됐다. 무엇이든 쓰는 일은 마법과 같았다. 오, 놀라워라.
'쓰기'가 내 삶을 어디까지 끌고 가게 될까? 내 삶의 '티핑 포인트'는 찾아왔을까? 아직 아니다. 축적되지 않으면 어느 일정한 지점, 목표한 지점에 도달할 수 없다. 지금은 쓰기의 시간들을 축적해 나갈 때다. 무엇을 기대하면서 '쓰기'를 지속하느냐고 묻는다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서'라는 답뿐이 내놓을 수 없다. 지금처럼 무엇이든 쓰다 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만날 수 있겠지? 코로나 19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것처럼 그때가 언제 다가올지는 나도 모른다. 지금, 여기에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할 뿐.
*티핑포인트 :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라는 뜻으로, 때로는 엄청난 변화가 작은 일에서 시작되어 균형 폭발적으로 번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 :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심리편 / 이동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