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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로 보는 HR ④ 이번에는 저희가 적폐입니까?

비훈련 기간이자 연봉이 지급되지 않는 두 달.
프로야구 선수들이 이 기간 동안 훈련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합니다.
선수협 규정에 따라 “자율” 운동은 보장하되, 코칭은 금지.
선수를 위해 만든 규정입니다.
휴식과 가족과의 시간을 보장하고, 비자발적인 훈련 강요를 막기 위한 취지입니다.


하지만 백승수 단장은 다르게 봤습니다.
실력이 부족한 신인이나 주전이 아닌 선수들 입장에서는 이 규정이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수협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선수는 ‘을’이자 피고용인이고, 비자발적인 훈련 참여 압박은 명백한 좋지 않은 관행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규정을 만들었고, 이를 둘러싸고 선수협 회장 강두기와 단장의 치열한 대립이 이어졌습니다.
백 단장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주장을 피력하면서도 “감독님이 하지 말라고 하면 접겠다”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결국 감독은 “규칙은 지켜야 한다”며 원칙을 지지했고, 비훈련 기간 코칭은 철회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백단장의 ‘빅픽처’였습니다.
감독과 단장이 항상 같은 의견을 낸다는 것에 내부적으로 반발을 하던 사람들,
힘 없는 감독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


이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힘을 실어드리기 위한 그림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감독이 원칙을 지키는 선택을 함으로써 감독의 권위를 세우고,
그 권위가 선수단 결속의 구심점이 되리라는 계산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HR과 조직문화의 중요한 교훈을 발견했습니다.


1)권한 위임과 원칙 존중
리더십의 권위는 ‘자리’가 아니라 ‘결정권’에서 나옵니다.
제도 설계자가 모든 일에 개입하면 현장 리더의 힘은 약해집니다.
HR은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을 세워줘야 합니다.


2)편 가르기 방지
‘내 편 vs 네 편’ 구도로 가면 조직은 쉽게 쪼개집니다.
원칙 존중을 통해 내부 적대 세력이 분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 편’을 만드는 판을 깔아야 합니다.


3)장기 신뢰 구축
단기적으로는 반발을 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리더십과 신뢰를 쌓아 조직 결속을 강화합니다.
HR 제도도 ‘즉각 효과’보다 ‘오래 가는 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4)개입보다 설계
모든 갈등을 직접 해결하려 들면 리더십은 자랄 기회를 잃습니다.
때로는 옳은 답을 주는 것보다, 누가 답을 내게 할지 설계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백단장은 감독의 권위를 세우고,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HR은 제도와 원칙으로 리더(중간관리자)의 권위를 세워주고,
구성원들이 ‘내 편’이 아닌 ‘우리 편’이 되게 하는 문화를 설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저 또한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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