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퇴임식을 지켜본 HR담당자의 생각
퇴임식, 낡은 관습인가 필요한 문화인가?
2025년 올해, 필자는 평생을 한 직장에서 헌신해 오신 어머니와 아버지의 퇴임식을 연달아 지켜보았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묵묵히 걸어온 두 분의 마지막 모습은 성대했고, 가족으로서 느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HR 실무자의 관점에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동안 ‘퇴임식’이라는 행사의 효용성에 대해 늘 의구심을 품어왔다.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피로감은 어쩌지?’, ‘바쁜 현업 조직원들이 이 행사를 진심으로 반길까?’, ‘차라리 실질적인 보너스로 대체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같은 효율 중심의 사고가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님의 퇴임식 현장에서 필자는 그 의구심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았다.
인생의 압축, 그리고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
1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퇴임식은 한 사람의 일생을 농축한 결정체였다. 지난날의 약력이 흐르고, 동료들의 진심 어린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며, 대표자의 감사패와 가족의 편지가 전달되는 과정은 떠나는 이에게 '내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는 최고의 예우였다.
행동경제학에는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이라는 이론이 있다. 인간은 어떤 경험을 회상할 때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과 마지막 순간(End)의 감정을 바탕으로 전체를 평가한다는 이론이다. 30년이상의 직장 생활의 마무리를 '감동과 존중'으로 매듭짓는 것은,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고난과 역경마저 '가치 있는 인내'로 치환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떠나는 자를 위한 예우는 남겨진 자를 위한 '심리적 안전감'이다
우리는 흔히 퇴임식이 떠나는 사람만을 위한 행사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퇴임식의 진짜 관객은 현장에 남아 있는 구성원들이다.
요즘처럼 정년퇴직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에, 회사가 한 개인의 헌신에 마땅한 예우를 다하는 모습은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 회사는 끝까지 진심을 다하는 사람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이는 곧 조직에 대한 '심리적 안전감'과 '애사심'으로 이어진다. 지금 당장 내가 이 회사에서 정년을 맞이하지 않더라도, 동료의 마지막을 멋지게 배웅하는 문화 속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조직원들은 강력한 동기부여를 얻기 때문이다.
HR의 역할: 끝맺음의 미학을 설계하는 것
물론 모든 퇴임식이 천편일률적일 필요는 없다. 조직의 성과와 상황에 맞게 규모와 방식은 세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참여하는 직원들의 시간 또한 소중한 자원이기에, 명확한 기준과 규정 아래 품격 있게 진행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열심히 일한 사람이 대우받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HR의 핵심 역할이라는 점이다. 아마 우리 세대는 부모님 세대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의 퇴임식을 경험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퇴임식’이라는 형식을 넘어,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게 ‘당신의 기여는 충분히 가치 있었다’는 감각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형식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마무리해 주는 장을 마련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행사를 주최하는 일을 넘어 조직의 건강한 뿌리를 내리는 숭고한 HR의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