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면 이벤트지만, ‘그 사람’이 오면 ‘문화’가 됩니다
조직문화 담당자로 살다 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 있죠. 밤새워 기획한 임직원 참여형 제도 공지를 올렸는데, 조회수만 올라가고 신청자는 '0'일 때. "다들 바쁘니까..."라고 위로해 보지만, 솔직히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썰렁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필살기는 의외로 기획안 수정이 아니라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에 있더라고요.
"누가 해요?"라고 묻는 '샤이(Shy) 참여자'들
우리 주변엔 사실 마음속으론 참여하고 싶지만, 왠지 튀어 보일까 봐 눈치를 보는 '샤이 참여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트리거는 화려한 경품이 아닙니다. 평소 회사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 혹은 평판이 좋은 동료가 "오, 이거 재밌겠는데요?"라며 댓글 하나를 달거나 칭찬 릴레이에 첫 발을 떼는 순간이죠.
그 한 사람이 움직이면,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어? 나도 해볼까?"라며 우후죽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게 바로 변화 관리자, 즉 CA(Change Agent)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13.5%만 내 편으로 만들어도 성공입니다.
사회학자 에버릿 로저스가 말한 혁신 확산 이론을 보면, 새로운 문화가 조직에 뿌리내릴 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전체의 13.5%에 해당하는 조기 수용자들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새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신뢰받고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죠. HR 담당자가 전 직원을 다 설득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 조직의 이 '13.5%'만 잘 포섭해도, 나머지 다수의 참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이거든요. 물길을 트는 마중물만 있으면 물은 알아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죠.
시스템이 없으면 라포(Rapport)로 승부합니다
규모가 큰 기업은 CA라는 조직을 공식적으로 두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같은 중소기업에서는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죠. 저는 정답이 없기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비공식 CA들을 찾아 나섭니다.
말이 좋아 '영향력자 포섭'이지, 사실은 HR 담당자의 '발품'입니다. 평소에 팀장님들 찾아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고민도 듣고, 현장의 분위기를 살피며 끈끈한 라포를 쌓아두는 거죠.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에 "팀장님, 이번에 이거 한 번만 도와주세요. 팀장님이 해주시면 애들도 좋아할 거예요"라고 슥- 부탁을 건네는 겁니다.
이런 비공식적인 연대야말로 조직문화 담당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아닐까요? 혼자서 끙끙 앓으며 모든 짐을 지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대신 움직여 줄 든든한 아군'이 꼭 필요합니다.
HR은 무대 뒤의 연출가여야 합니다
HR이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면 금방 지치기 마련입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우리는 그들이 빛날 수 있게 무대를 닦아주는 연출가가 되어야 합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내 부탁을 기꺼이 들어줄, 혹은 동료들의 마음을 움직여 줄 그 '한 사람'이 누구인가요? 오늘 그분께 가벼운 커피 한 잔 제안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