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조직문화는 강요가 아닌 '자율'에서 시작된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본 많은 분들은 구씨(손석구)와 염미정(김지원)의 러브라인, 혹은 이엘과 이기우의 관계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자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세 남매의 회사생활과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는 장면들에 눈길이 갔습니다.
특히 막내 염미정이 다니는 회사의 조직문화는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극 중 회사는 모든 직원이 사내동호회에 가입해야 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하지 않으면 약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또한, 주기적으로 점심에 ‘친밥조’라는 다른 직원들과 랜덤으로 점심을 매칭해서 먹는 랜덤런치가 진행됩니다.
1. 강제성의 그림자
표면적으로 보면 회사가 직원 간 관계 형성을 장려하는 좋은 제도로 보입니다. 실제로 사내동호회라는 제도를 회사에 신설한 저로서는 부러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풍부한 동호회 지원금으로 직원들이 볼링도 치고, 회식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제도를 설계하는 입장에서 분명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강제성입니다. 드라마 속 염미정이 동호회를 안 하는 2명의 동료들과 함께 만든 ‘해방클럽’은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저 역시 “모두가 어울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곤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공감했습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심리학자인 데시와 라이언의 자기 결정성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율성·유능감·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심리적 욕구가 충족될 때 동기를 느낍니다. 하지만 강제적인 조직문화는 자율성을 침해하여 오히려 몰입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2. 친밥조와 랜덤런치의 고민
저 역시 처음 사내 랜덤런치를 기획했을 때는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강제성에 따른 반발이 예상되어 지금은 관심사 기반 소규모 모임으로 지원금을 상향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승연애4를 좋아하는 사람들’, ‘강아지에 관심 있는 사람들’처럼 주제를 정해 매칭하고 지원금과 점심시간을 상향하는 방식입니다.
규모는 작아도 억지로 끌려 나온 사람보다 스스로 원해서 모인 사람들이 훨씬 높은 만족도와 지속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은 연결은 사일로 현상을 줄이고, 협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3. 마무리
그렇다면 반강제적 장치 없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요? 요즘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주제 중에 하나입니다. 구글은 ‘TGIF 미팅’을 통해 누구든 CEO에게 질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글로벌 회사들이 소모임을 강제하지 않더라도 자율 참여를 장려하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네트워크가 살아납니다. 핵심은 제도가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억지로 끌려 나가는 모임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고 존중받으며 즐길 수 있는 작은 연결 속에서 직원들은 해방감을 느낍니다.
강제가 아닌 자율, 부담이 아닌 즐거움으로 스며드는 네트워크. 그것이야말로 우리 조직이 만들어야 할 진짜 문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