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2~23
대만 타이중
편견 1. 나는 취두부를 먹지 못할 것이다
두부를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삭힌 중화요리, 이 요리는 '취두부'입니다. 대만의 취두부는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음식으로, 대만 사람들만의 방식으로 개량하여 지금의 취두부 모양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취두부에 관한 악명 높은 소문을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어쩐지 먹기가 꺼려지는 음식이었습니다. 특히 취두부의 냄새는 '악취', '구린내' 등으로 통용되고는 했으니까요.
대만인 부부 주주와 링이 'Do you wanna try Stinky Tofu?'라고 물었을 때,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자신들이 자주 가는 취두부 맛집이 있다며 눈을 빛내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대로변에 위치한 음식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취두부는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뽐내고 있었습니다. 한자를 전혀 읽지 못하는 관광객일지라도 코를 찌르는 그 악취 때문에 '아, 근처에 취두부 집이 있구나.'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요.
현지인 맛집답게 음식점 안은 꽉 차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문은 따로 없었고, 천막 아래에서 음식을 먹는 말하자면 '테라스형' 음식점이었죠.) 철제로 된 긴 테이블 두 개가 놓여 있고, 손님들 바로 뒤에 연기가 풀풀 나는 커다란 솥이 있었습니다. 종업원들은 빨간색 두건을 머리에 둘러메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자리에 조심스레 앉으니 취두부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대만인들이 많아 얼굴을 찡그릴 수도 없었죠. 복잡미묘한 제 표정에 주주와 링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대만 취두부의 표면은 쌀과자처럼 바삭바삭해 보였습니다. 가운데 둥그렇게 뚫린 구멍 안으로 굴소스가 듬뿍 발라져 있었고요. 취두부와 함께 나온 사이드 반찬은, 주주와 링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김치 같은 음식이라 하더군요. 김치의 매운맛을 제거하고 달달한 맛을 추가한 아삭아삭한 음식이었습니다.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백김치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주주와 링은 망설임 없이 취두부를 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를 기다리는 듯 끈질기게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후각은 참 신기한 것이어서, 그 몇 분 새 취두부 냄새는 익숙해져 있었죠. 취두부를 반으로 잘라 사이드 반찬과 함께 입에 넣었습니다. (후에 주주와 링은 마치 제가 중요한 의식을 치루는 것처럼 심각한 표정이었다고 했죠.) 그 후로 우리는 취두부 한 접시를 더 시켜 깔끔하게 그릇을 비웠습니다. 우물우물 잘도 먹는 저를 보며 주주와 링은 마치 어린 딸을 보는 것처럼 대견스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씨에씨에'를 소심하게 외치고 음식점을 나섰습니다. 치이이익 소리를 내는 조그만 스프링클러가 냄새를 제거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노을 지는 타이중에서 짧은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두부 과자, 잘 먹었습니다. (물론 냄새는 조금 견뎌야 합니다.)
편견 2. 중국어(대만어)는 시끄럽다
한국인에게 중국어 특유의 들쭉날쭉한 성조는 어색한 것이어서, 많은 사람들은 중국어를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언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죠. 같은 단어라도 성조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중국어. 복잡한 한자가 어지럽게 엉켜 있는 언어. 같은 한자 문화권 안에 있더라도 중국어는 멀게 만 느껴지는 언어입니다.
대만인 부부 주주, 링과 함께 여행했던 이틀간 그런 제 편견은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주주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제가 조수석에 앉아 있으면, 운전석에 앉은 주주와 뒷자리에 앉은 링이 중국어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았습니다. 다음에는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을까 등의 대화였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후 곧바로 저에게 의견을 물어봤기에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두 연인이 나누는 대화는 딱 알맞은 정도로 따뜻한 차 안에서 라디오처럼 잔잔히 흘러갔습니다. 당신도 여행을 떠났을 때 외국어의 낯선 틈새에 끼어 있는 기분을 알고 계시나요. 사무치게 외롭기도 하지만, 때로 낯선 언어가 공기 중을 부유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외로운며서도 이상하게 안락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들이 쓰는 언어가 잔잔한 노래처럼 들린 것은 주주와 링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남편인 주주는 신중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언제나 링의 뒤에서 그녀를 보살펴 주었습니다. 또 낯선 나라에 불시착한 저를 늘 신경써주기도 했고요. 아내인 링은 주주보다 수줍음이 많지만 늘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아 보는 사람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국 노래에 한국인인 제가 갸우뚱할 때, 그녀는 어떤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정답을 맞힐 정도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기도 합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하고, 그 알은 세계라고 합니다. 여행은 어쩌면 내 안에 갇혀 있던 세상을 조금씩 깨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편견'이라는 물질로 구성된 내 안의 닫힌 세계. 너무나 단단해서 깨고 나오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내 안에 갇혀 있던 무언가를 깨어 나가는 것, 그 몸짓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건 아닐까요.
다음에 대만을 여행한다면, 주주와 링과 또 한 번 고약한 냄새를 들이키며 맛있게 취두부를 먹겠습니다. 야시장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맛있는 음식 냄새를 좇아 중국어의 흐름에 몸을 맡기겠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데 대한 작은 예의라고 생각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