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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Jun 15. 2021

나다움을 꼭 찾아야 해?

나다움을 찾다가 평생을 바칠라.

요즘은 다양성과 세분화가 대세로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이 그 자체로 인정되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나의 취향이 곧 돈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자기 계발서는 온통 나다움을 찾으라고 말한다. 그 나다움이란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아는 것을 말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잘하는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진단 키트로 각종 심리 검사, 진로 적성 검사, 감정 검사 등 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나 역시 그런 것들을 모두 다 해 봤다. 그 검사 결과를 확인한 나의 반응은 "그래서?"였다.


찾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워크시트를 제공하는 친절한 책도 다. 아이러니하게 워크시트의 질문은 '당신이 잘하는 것을 5가지만 적어보세요'라는 식이다.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다면 내가 책을 왜 봤을까 싶지만 그러면서도 어느새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하고 있으니 그 워크시트가 아예 틀린 것은 아닌 거 같다.


위의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 아니다. 그 당시는 절대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노력하는 그 모든 과정이 나다움을 찾는 과정이 맞으며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수학처럼 딱 떨어진 답을 얻는 것은 힘들지만 뭔가 애매모호하고 알 수 없는 질문과 답들이 쏟아져 나온다. 중요한 것은 나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인식해야만 그 질문과 답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난 현재 취업강의를 하고 있다. 주제는 강의를 기획하는 사람에 의해 정해지고 그 주제로 강의가 가능한지 타진해온다. 내가 할 수 있는 강의라면 승낙하고 진행한다. 솔직히  그 모든 주제가 재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또 내가 하는 모든 강의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다. 난 그저 준비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안 강의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프라인에서 학생들과의 만남이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오프라인에서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강의가 가능하다. 난 그 소통이 좋았던 거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 강의가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며 줌으로 취업강의를 하고 있다. 몇십 명에서 많게는 몇백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줌 강의는 나에게 많이 힘들었다. 50분 동안 학생들은 카메라 한번 켜지 않고, 내가 질문하면 어느 누구도 자진해서 답하지 않아 채팅창에 답을 달아달라고 사정하는 형국이다. 물론 대부분은 일방적으로 나 혼자 떠들다가 종료한다. 그리고 난 내 강의가 재미없다고 확실하게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었고 학생들과의 소통도 힘들었다. 그런 강의를 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인지 좋아하는 것인지 잘하는 일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줌 강의는 사실 편하다. 주로 지방으로 강의를 가는 나는 이동하지 않고 집에서 편안하게 컴퓨터 앞에서 강의를 하면 된다. 하지만 50분 동안 혼자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는 강의를 하며 자괴감까지 느낀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싶다."

그러면 그 50분이 힘들 것 같지 않다. 나다움이란 걸 찾기 전까지는 이런 생각을 그냥 지나쳤겠지만 나다움을 찾는 나로서는 나의 감정 생각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게 생 걸까? 나다움을 찾는 건 어떤 대단한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순간 내가 하는 생각의 찰나를 놓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닐까? 물론 그 찰나를 위해서는 계속해서 나다움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나다움을 찾으며 그동안 한 질문들은 '나다움을 찾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서 '나다움이란 게 찾을 수 있기는 한 걸까?'였고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나다움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닐까?'


마치 이미 나다움을 만들어 가기로 결정한 것처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전히 관련 영상이나 책을 보고 강의도 들으며 계속해서 나다움이 뭘까에 대해 생각한다. 언제 이 생각이 끝나게 될지는 모른다. 그렇다고 몇 개월 몇 년을 오직 나다움을 찾는 일에 무작정 시간을 쏟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가는 이번 생은 끝날 듯 싶으니. 나다움을 찾으면서 나다움을 만들어 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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