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살며 겪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들
지난 나의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외국살이를 결심하기가 더 쉬웠다.
정답과 같은 안정적인 삶이나 정착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여행자로 살아가는 삶이 나에겐 더 익숙했다.
잃는 것도 많지만 얻는 것도 꽤 많다. 삶이 더 다양해졌고 흥미로운 일로 가득하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소문과 편견들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고,
그런 장면들이 늘어갈 때마다 당연했던 생각들이 깨지는 그 순간들은 꽤나 큰 충격과 성취감을 준다.
무엇보다 주변 환경보다는 오롯이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발전하고 발견하게 되는 나만 아는 나의 모습들. 나도 어느 곳에선 꽤 쓸모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
길진 않지만 운이 좋게도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었고 짧은 기간 다양한 곳에서 살아보았다.
그럴듯한 성과도 결과도 없지만 외국인으로 살아낸 경험은 나에게 꽤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평범한 20대 한국인 여성으로서 해외에서 살아보면서 느낀 이상과 현실 적어도 그 후기와 느낀 점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장기 여행자가 되어 직접 살아보는 것은 다르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행이 아닌 생존이 되면 또 다른 현실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나의 경우 신분이 학생이었기 때문에 떠돌이 + 유학생 혹은 워홀러의 입장 정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 온전히 나의 능력으로 해외에 살아본 것은 아니기에 비자 문제나 금전적 부분들을 다룰 수는 없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준비되었느냐에 따라 실제로 잘 살아낼 수 있는 역량은 또 다르다.
개인적으로 살아보며 느낀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영어, 인종에 대한 열린 태도, 독립성의 크기, 그리고 뚜렷한 목표 정도일 것 같다.
영어에 대한 교육은 넘치도록 받은 거 같은데 내 인생에 영어는 끝이 없었다.
온갖 사교육 대잔치였던 수능 영어부터 편입영어, 토익, 토플, 아이엘츠까지 참 다양한 영어 시험을 접했던 것 같다. 늘 영어에 대해 과한 점수를 매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딱히 흥미도 없었고, 그래서 어느 정도에서 조금 더 잘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했다.
나의 경우 어렸을 때 국제 학교를 잠깐 다녔지만 너무 짧은 기간이라 다른 유학생들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다. 점수로만 따진다면 유학을 위해 3년 전 받은 아이엘츠 6.5, 대학생 때 인턴십을 위해 땄었던 토익 점수 800 후반대, 그리고 오래전 수능 점수는 3 등급 정도였던 것 같다.
시험은 학원이든 독학이든 어떻게든 스킬로 커버할 수 있겠지만 그게 실제 영어 실력과는 꼭 연결되진 않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영어실력'이라고 하면 실제 원어민과 만났을 때 알아듣고 말할 수 있는지 회화 실력을 말하는데, 보통 영어 시험에선 읽기와 듣기밖에 없으니 직접 부딪히지 않는 이상 실제로 늘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읽기와 듣기 글쓰기까지도 번역기나 구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말하기는 나와 모두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으로 잠깐 나갔을 때 소통할 수 있어도 말하기 수준은 그동안 공부했던 양과는 꼭 비례하진 않았다. 나의 영어실력은 여전히 어색하고, 전혀 유창하지도 않고, 발음도 구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충분히 사람들과 소통하며 집도 구하고 면접도 보고 일도 구하고 외국인들과 일했다.
사회적으로 영어가 단순 언어 이상의 의미와 영향력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에 영어는 그냥 언어이고 수단일 뿐이다. 다른 언어보다 영어를 잘하게 되면 얻는 이점들과 기회들이 많지만 꼭 유창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보다도 언어를 위한 소통 능력, 비언어적인 요소들, 자신감과 성격, 스타일과 매력이 훨씬 더 중요하고 느낀다.
영어를 완벽한 발음과 문장으로 구사하는 것보다는 소통할 줄 아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
특히 해외에서 나오게 되면 낯설기도 하고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긴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는 언어일 뿐 나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이고 그래서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늘 상기시킨다.
대부분의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은 대부분 이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아시안 특히 한국인인 경우 어쩐지 유독 자신감이 없고 눈치를 많이 보는 듯하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래서 실제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는 방법은 일단 완벽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자신을 언어를 막 배운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무작정 들리는 대로 따라 하면서 실전에서 직접 부딪혀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누구나 아는 부분이겠지만 틀릴까 봐 소심해하는 사람보다는 타격감이 없이 일단 내뱉는 사람의 향상 속도가 더 빠르다.
흔히 외국어를 잘하려면 그 나라의 친구나 이성친구를 사귀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 어느 지점까지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사람과 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하기 위한 정도의 언어는 생각보다 한정적이기도 하고,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나와 놀아주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어버버버 해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들이 있으면 더더욱.
또 나의 경우엔 말하기보단 주로 듣는 편이고 사람들과의 시간보단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파워내향인이라 말하기 실력을 향상하는 부분이 좀 힘들었다. 그래도 원어민 친구들 옆에서 자주 쓰는 언어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면서 잘하는 척하는 스킬을 얻긴 했다. 사람을 통한 언어 향상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지만 나에겐 여러모로 좀 귀찮고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그 어떤 방법보다도 정말 잘하고 싶고 간절하다면, 발동 떨어지면 알아서들 잘하게 되긴 한다.
그 동기가 확실하지 않는다면 굳이 잘할 필요가 있을까. 특히 유학이나 이민을 갈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만 살 거라면. 또 스펙을 위한 영어와 실전 영어 실력은 비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막연히 영어 자체가 목적이 되기보다 번역기 없이 여행하기. 현지인과 불편함 없이 대화하기.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나의 경우엔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는 유학을 했기에 수업을 수강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취업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수많은 영어시험과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늘게 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해외에 살면서 필요한 영어실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과 나처럼 (?) 꼭 잘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는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 호주 같은 다문화 국가에선 외국인의 비중이 많고, 생각보다 유창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공부하고 일한다. 해외에서 살아온 시간, 시험 성적이 꼭 영어 실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도.
물론 외국에서 뿌리박고 이민을 결심하고 쭉 살아내기로 결심한다면 또 다른 이야기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