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갓생 일상

재택, 아침형 인간, 카페, 운동 반복!

by 민지글

요즘 나의 멜버른 일상은 단조롭고, 조용하고, 건강하다.

특히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의 루틴은 카페, 운동, 글쓰기 이 세 가지 갇혀버렸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라 주 2일 출근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일한다.

모두가 부러워하고 만족할만한 조건이지만 생각보다 나에겐 썩 좋지만은 않다. 재택근무를 떠올리면 디지털노마드 처럼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서, 여행을 하며 자유롭게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직무 특성상 정말 집에서만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 값이 높은 호주에서 나와 같은 외국인 유학생은 쉐어하우스를 구하는 게 보통인데, 적당히 좋은 집을 구하는 것도, 대부분의 시간을 남의 집에서 보내는 것도, 집주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완전히 편하지는 않은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생각보다 스트레스다.


또 집순이거나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재택은 최적의 조건이겠지만, 나 같은 유학생 출신은 혼자라서 쉽게 고립되기 쉽다. 호텔과 카페에서 몸 고생하며 일했던 나에겐 이게 무슨 배부른 소리겠냐만은 지금의 나는 또 뭐든 마냥 좋지만은 않은가 보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이전보다 사람들을 마주칠 기회가 없고 (솔직히 딱히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없기도 하다) 시간은 더 귀해져서 혼자 있게 되고, 그래서 생각만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되어버린 건지 모른다. 원래 내성적인데 훨씬 더 내성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아침보다는 밤과 새벽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호주엔 새가 정말 많다. 그 많은 새들이 해가 뜨면서 동시에 미친 듯이 울어댄다. 예쁜 꾀꼬리 소리가 아니라 괴성에 가까워서 알람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도심에서 살면서 새 지저귀는 소리에 깬다니 이곳이 정말 청정국인가 싶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가게들이 일찍 문을 열고 닫는 편이고, 시티나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저녁시간에 갈 곳이 없다. 물론 로컬 바나 레스토랑은 늦게까지 열지만, 아쉽게도 나는 파워내향인에다가 술과 시끄러운 파티를 즐기지 않고, 만나고 싶은 친구도 없으니 일이 끝나고 갈 곳은 산책 혹은 헬스장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역과 거리가 있어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막차가 10시라 생각보다 일찍 집에 도착하게 된다. 결국 여러모로 원하지 않지만 아침형 인간이 되어갈 수밖에 없다. 감성은 조금 메말라가지만 한층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1일 1 카페를 가게 되었다.


물론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아침마다 카페를 가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재택이긴 하지만 어쨌든 처음 주 5일 일하는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직장인이 되고 보니, 돈과 안정감이라는 보상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나의 시간을 뺏기는 기분이 든다. 일 하지 않은 시간에 뭐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겠지만, 주말은 너무 짧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만을 위한 나의 시간을 확보하기 바쁘다.


아침형 인간의 연장선으로 일찍 일어나서 집 앞 카페에 가서 출근 전 조금이라도 끄적거리거나 생각을 정리한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얻을 수 없는 성취와 자아실현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무언가 더 주체적이고 생산적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계획적인 인간이 되었고 꽤 많은 양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젠 루틴이 되어버려서 카페에 가지 않고 바로 출근하는 날이면 기분이 영 안 좋다.


그렇다고 다니는 회사가 딱히 별로인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워라밸의 천국인 이곳은 칼퇴를 하고,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사용하고, 최저시급이 높고, 싱글이라 공휴일에 일하거나 마음만 먹으면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들을 뒤로하고도. 대부분의 시간을 생산자보다 노동자로 일하는 기분이 이상적이진 않다.




꾸준한 요가+웨이트로 좀 더 건강해졌다.


잠깐 풀 재택을 하게 되면서 새벽 요가에 도전하였다. 이전 집에서 살 때는 집과 요가원이 도보로 10분 거리라서 새벽에도 종종 가고는 했는데, 이사 후 새로운 요가원과 집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버스를 타야 하는데 내가 사는 동네의 새벽 시간 대에는 버스도 기차도 없어서 차나 자전거가 이동하는 시간이다.


큰 마음먹고 페이스북에서 중고 자전거를 샀다. 마음만큼은 새벽수업이 있는 날 모두 참여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깜깜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평탄하지 않는 길을 빈티지 자전거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역시나 무리였다. 안 하던 짓을 하려니 참. 그래도 새벽요가를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깨끗해지고 (?) 강해져서 일을 하기 전에 활력이 되어 좋긴 했지만, 저녁이 되면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그렇게 주중에는 6시 새벽 혹은 주말 아침요가, 그리고 저녁에는 종종 웨이트를 하였다. 여전히 기립성 저혈압, 식욕부진, 장트러블 등등의 증상이 있어서 진짜 건강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겉보기엔 사라졌던 근육들이 조금씩 다시 생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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