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제이빠의 시그니쳐
지도에도 검색되지 않고 영업허가도 받은 적이 없는 엠제이빠는 내 이름의 이니셜을 따라 지은 그냥 내 맘대로 차리는 술자리이다. 살롱 문화를 가진 우리 회사에서는 갤러리, 쇼룸에서 손님 접대를 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유명 음식점에서 공수한 음식과 함께 작게 요리를 해서 곁들이고는 했다. 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직접 요리를 한 음식의 비중이 점점 커져갔다. 그러다 몇 년 전 박나래 씨의 나래빠를 따라서 장난처럼 엠제이빠를 열겠다는 말을 했고, 왜인지 주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종종 열게 된 것이 어느덧 8-9년째가 되어간다. 아무리 진짜 술집은 아니라 해도 이름을 짓고 하다 보니 나름의 무게가 어깨에 실렸다. 메뉴 선정이 늘 즐거운 고민이다. 장소가 대부분 회사 쇼룸, 작업실이다 보니 제대로 된 조리시설이 없는 곳이다 보니 제대로 된 요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재료의 특성을 살릴 것, 조리 과정이 간단할 것, 그럼에도 그럴듯하고 맛있을 것. 매 번 달라지는 메뉴는 거창하지는 않아도 내 마음대로 내가 정하니 오마카세다. 그중에서도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는 메뉴들이 몇 가지 있으니 그중 하나가 오늘 글 소재인 골뱅이 메뉴다.
‘갈릭 골뱅이’는 엠제이빠 초창기에 대표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 디벨롭된 메뉴라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붙였다. 딱히 이름이 있지 않아서 이 글을 쓰기 전만 해도 ‘갈릭 올리브오일 골뱅이’라고 불렀다. 들어가는 재료를 이름에 다 넣어버렸다. 재료가 세 가지라 다행이지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될 뻔했다. 말한 것처럼 재료가 너무나 간단하다. 그 간단한 과정을 소개해 보겠다.
재료 : 골뱅이 캔, 마늘 10-15알 (한국인이라면 한주먹은 넣어야지 않을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소금 한 꼬집, 후추 약간, 파슬리 가루 조금 (생략 가능)
1. 골뱅이는 캔에서 빼서 물기를 빼고 먹기 좋게 잘라준다. 보통 통골뱅이는 1/2로 잘라 나온 골뱅이는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2. 골뱅이를 넓은 접시에 펼쳐서 올리고 마늘을 다져서 골뱅이와 접시 위에 넓게 펼친다. 다진 마늘을 사용해도 되지만 향과 맛이 바로 다진 것이 좋기에 나는 통마늘을 바로 다져서 사용한다.
3.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골뱅이의 접시에 깔릴 정도로 넣어준다.
4. 소금을 살짝 뿌려주고 후추도 살짝 뿌린다. 파슬리 가르를 뿌려 내면 끝. 레몬즙을 살짝 뿌려도 좋다.
짭짤하고 감칠맛 있는 캔 골뱅이에 마늘, 올리브 오일의 향이 어우러진 매우 간단하지만 그럴듯한 메뉴이다. 와인 메뉴로 좋다. 모든 심플한 것들은 재료가 좋아야 한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료가 적게 들어가고 조리 과정이 쉬운, 익히지 않은 음식은 그만큼 재료의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 골뱅이 캔이야 시중에 판매하는 것을 사용하지만 마늘은 신선한 것으로 바로 다져서 사용한다. 이 메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리브 오일이다. 오일을 그대로 먹기 때문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것을 사용한다. 8년 전에는 10만 원을 호가하는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고 듬뿍 넣었는데, 그때보다 올리브 오일 가격이 두세 배는 훌쩍 뛴 요즘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 조금 아껴서 넣고 있다. 내가 올리브 오일을 듬뿍 넣었던 이유는 워낙 올리브 오일 먹는 것을 좋아해 빵을 곁들여 빵을 찍어 먹기도 하고 숟가락으로 퍼 먹기도 했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당히 더 적게 조절을 해도 된다.
최근에는 <예, 술모임입니다>라는 예술과 술을 조합한 모임을 하고 있는데 그림책을 보며 술을 마시는 모임이다. 그곳에서 조금씩 요리를 준비하는데 그때 이 메뉴를 내고 남은 오일과 마늘을 식빵에 발라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었다. 너무나 맛이 있어서 남은 오일 활용법으로 추천한다.
나의 술친구는 올리브 오일 대신에 들기름을 넣어서 해줬는데 그것도 너무나 맛있었다. 이 메뉴 또한 추천해 본다.
여러 엠제이빠에 나왔던 갈릭 골뱅이. 와인 안주로 추천해 본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p/C4qIXVHhMjF/?igsh=MWt2M2thejg4ZXJmY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