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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Sep 27. 2024

문어와 샤인 머스캣

달콤 짭짤한 여름의 맛

 며칠 추울정도더니 다시 또 덥다. 9월 말인데 어쩌려고 이렇게 더운 걸까. 기후 문제가 이토록 피부로 느껴질 때가 없었다. 앞으로 더 나빠지기만 할 것 같아서 더 걱정이다. 걸어서 집에 오니 몸에 온도가 올라 못 참고 약하게 틀었던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려고 보니 입맛도 없고 생각나는 것도 없다. 이럴 때는 새콤달콤 입맛을 돋울 수 있는 메뉴가 좋겠지. 냉장고에서 샤인 머스캣과 문어를 꺼내본다. 오징어는 좋아하는데 낙지나 문어는 숙회로 먹을 때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따로 문어만 먹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지만 지난번에 쓴 글처럼 감바스에 넣거나 샐러드에 넣은 요리는 좋다. 그중에서 가장 간단한 요리를 꼽자면 샤인머스캣과 함께 먹는 샐러드, 오늘의 글감이다.


 친구와 통화를 하며 문어로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쓴다 하니 문어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풀어준다. 친구는 경기도에서 회사를 다니는데 남편이 강릉 출신으로 그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서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시댁이 강릉이다 보니 제사며 명절에 차례를 지낼 때 상에 꼭 문어가 올라간다고 한다. 문어는 맹물로 삶으면 맛이 나지 않아서 꼭 바닷물로 삶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판매하는 곳에서 삶아서 가지고 온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수산시장에서 바닷물에 삶아주었던 기억이 난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것은 최소 2kg 이상이어야 하고 제사가 끝나고는 간장과 고춧가루로 무쳐서 가족들이 함께 먹는다고 한다. 친구가 처음 결혼하고 제사상에 문어가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른 친구들과 모두 신기해한 기억이 난다. 부산이나 경상도 쪽 바닷가에서 문어를 올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강원도 쪽은 들어보지를 못했으니. 문어를 올린다고 할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간장과 고춧가루로 무쳐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맛이 궁금해서 타 지역 제사도 구경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어쩔 수 없는 먹보인가보다. 그러나 먹는 게 궁금하다고 남의 집 제사를 구경 가겠다 할 정도로 정신머리가 없는 건 아니라 가보지는 못했다. 


 다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오늘의 안주는 <문어와 샤인머스캣>이다. 


준비물 : 자숙 문어, 샤인머스캣,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딜


1. 자숙 문어는 먹기 좋게 자른다. 

2. 샤인머스캣은 반으로 자른다. 

3.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려주고 허브 딜을 올린다. 


이것으로 끝이다. 너무 간단해서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지만 이 간단한 몇 가지 동작으로 무척이나 깔끔하고 입맛을 돋아주는 와인안주가 완성이 된다. 소금과 후추가 아니라 시즈닝을 뿌려도 여러 맛이 감미되어 맛이 있고, 나는 크러시드 페퍼를 뿌려서 매콤한 맛까지 추가해 먹는다. 샤인머스캣의 단맛과 문어의 쫄깃한 맛에 매콤 짭짤한 맛, 올리브 오일의 부드럽고 오일리한 맛이 더해지면서 입 안이 즐거워진다. 단 맛이 들대로 든 터질 것처럼 잘 익은 샤인머스캣과 잘 익은 문어, 나이가 들면서 재료가 제 몫 이상을 음식들이 좋아진다. 제철 재료의 음식이 좋은 것도 그 이유인 것 같다. 


 이 메뉴는 무조건 와인 안주다. 그중에서도 화이트 와인과 추천한다. 차갑게 칠링 된 샤도네이나 소비뇽 블랑과 함께 먹으면 좋다. 사케나 소주, 청주 같은 단맛이 적은 술을 차갑게 해서 함께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쓰다 보니 온더락으로 마시는 위스키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고도주와 과일의 궁합은 언제나 만족스러우니까. 다음에 도전해 봐야겠다. 





인스타그램에도 올라갔어요.

https://www.instagram.com/p/C-XRcN9hyp7/?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 글을 쓰고 있는데도 친구가 문어에 대한 이야기를 더해줬다. 차례나 제사상에는 문어 다리가 꼭 8개 있어야 하는데 하나 떨어진 것은 가격이 더 싸다고 한다. 열정적인 친구의 도움으로 강릉 차례상 사진도 한 장 첨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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