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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an 11. 2021

꼬막 비빔국수 이야기

꼬막의 가르침





일상의 깨달음의 고찰






 집 앞 마트 쇼핑을 좋아한다. 작은 마트지만 수산물 코너와 정육코너를 가지고 있는데, 수산물은 제철 먹거리로 서너 가지만 판매를 한다. 그 얼마 되지 않는 것이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은 뭐가 많이 나올 때인가 궁금해하면서 그곳을 둘러보는 재미에 일부러 마트를 들를 정도다. 그러다 세일 품목을 발견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저녁에 들르는 것을 더 즐겨한다.


 그날은 꼬막이 한 묶음 봉지로 묶여서 세일에 들어가 있었다. 꼬막을 사서 직접 손질해 본 적이 한두 번 있었을까 기억도 미미했지만, 약간의 고민 끝에 나는 홀리듯 꼬막을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계산을 하고 말았다. 마트의 수산물 세일 코너는 그렇게 고민 없이 뚝딱 사게 되는 마법 같은 매력이 있다. 몇 개 되지 않아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도 있지만 언젠가 어촌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내 판타지와 연관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고무장갑을 끼고 뽀드득뽀드득 씻어낸 후 검은 봉지를 씌워서 두어 시간 담가놓았다. 이 과정부터 조금 귀찮다는 생각을 해버렸지만, 기껏 사온 꼬막이니 성심껏 해보았다.  해감 후에 꼬막을 한 방향으로 돌돌 돌려가며 삶아내고 하나씩 껍질에서 분리했다. 서울에 엄지네 포차 분점이 정말 많이 생겼던데 시켜 먹을걸 그랬단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지만, 떨쳐내려고 노력해 보았다. 요리란 것은 재료 손질부터 마무리까지가 하나의 여정이니 그것 모두 즐겨보자고 스스로를 세뇌, 아니 다독여 보았다.


 보통 재료 손질이 10에서 1,2의 과정이라면 꼬막은 5,6 정도, 아니 조금 더 과장되게 말하면 8,9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의 양념하는 과정은 꼬막 손질에 비하면 쉬워서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꼬막을 직접 사서 만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다.


 외가가 전라도 광주였는데 어릴 때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가 꼬막을 삶아주셨다. 그것을 이모나 엄마가 숟가락으로 벗겨내어 양념도 없이 입으로 쏙 넣어주곤 했는데, 꼬막을 양념 없이 먹는 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뿐이다. 아무래도 그 지역에서는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이라 자연스럽게 먹곤 했던 것 같은데, 어릴 때 먹은 기억 때문이라 그런지 종종 갓 삶아내어 따뜻한 꼬막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오랜만에 외할머니네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두 개 까면서 먹었지만 그때 같은 맛이 나지 않았다. 얼마 나오지 않는 양에 조바심이 나서 맘 놓고 까먹을 수도 없어서 포기하고 기계처럼 다시 꼬막을 까기 시작했다.


  엄지네 포차처럼 밥을 비벼 먹을까 고민하다 소면을 삶아 꼬막 비빔면으로 만들었다. 해감 시간까지 더하면 세 시간 정도로 만들어낸 꼬막의 양은 딱 사진만큼이다. 별다른 채소를 곁들이지 않기도 했고, 혼자 먹기에 적은 양은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나온 양치고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엄지네 포차만큼의 큰 접시만 한 꼬막무침을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엄마는 꼬막 철이 되면 집에 갈 때마다 무침을 해주시곤 한다. 무침이 될 때도 있고 어릴 때처럼 양념간장이 올라갈 때도 있는데 꼬막이 메인 반찬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늘 맛있게 잘 먹었지만 이렇게 손이 가고 힘든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몰랐다.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도처에 자리하고 있다. 요리가 대부분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란 건 알지만, 꼬막이 이렇게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적다는 것은 몰랐다.


 일상에서의 깨달음은 생각보다 큰 울림이 있곤 한다. 꼬막 비빔국수를 먹은 날에는 엄마에게 반찬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다. 갑작스럽고 새삼스러운 말을 엄마는 웃으며 받아주었다.


그리고 결심한다. 앞으로 꼬막은 엄지네 포차에서 시켜먹어야겠다.







엄지네 포장마차 강릉 본점의 꼬막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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