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JT를 경험하며
On the Job Training
일명 OJT 교육이라고 불리는 이 용어는 업무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직무 간 훈련으로, 주로 회사에서 같은 부서의 선배나 상사가 담당하여 후배에게 교육을 하는 것을 뜻한다.
"OO씨도 이제 슬슬 OJT 담당해 봐야지?"
여느 때와 다름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정기면담에서 팀장님께 이런 제안을 받았다. '제가 신입을 대상으로 교육을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해보겠습니다!"라고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를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내가 일을 하던 미술관의 폐업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서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걸 떠나서라도 매년 신학기가 다가오면 이사로 인해, 공부로 인해, 취업으로 인해 언제나 사람들과의 헤어짐이 일상이고는 했다. 그마저도 일하는 날이 겹치지 않으면 인사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러고 보니 그분 얼마 전에 그만뒀데."라는 이야기를 다른 동료분께 나중에서야 듣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이, 후배들이, 그리고 나보다 먼저 들어왔던 상사나 선배들이 이곳을 떠나더라도. 미술관은 내일의 영업을 이어나가야 했기에 헤어짐과 동시에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각 부서마다 다양한 업무가 있었고, 한 부서 안에서도 업무 내용이 굉장히 다양했다. 그로 인해 많은 인재가 필요했지만, 기본적으로 한 업무는 그 시간에 한 사람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업무의 내용과 난이도도 제각기 달랐기 때문에 쉬운 업무부터 순차적으로 교육이 진행되었고 실전에 투입이 되어 갔다.
신입인 시절에는 OJT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 익숙하지 않은 비즈니스 일본어까지. 매뉴얼을 보면서 친절하게 알려주셔도 실전에 투입되면 이게 전부 떠오르지 않았다. 매뉴얼 상의 규칙도 많고, 상황에 따른 판단도 해야 하고. 그랬기에 배운 내용을 한 번씩 머릿속에서 정리를 할 시간이 나에게 있어서는 필요했지만, 손님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나는 바로 현장에 투입이 되어 어떻게든 부딪쳐가고, 모르는 건 배워가며 그렇게 배워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겪었던걸 이제 내가 알려줘야 한다니, 솔직히 눈앞이 깜깜했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부딪쳐봐야지.
"오늘 OJT시죠? 저도 교육하면서 앉아서 편하게 일하고 싶어요~"라고 언젠가 한 아르바이트생이 말을 걸어온 적이 있었다. 새로운 교육을 받는 것이 두려워지지 않고 나서는, 하루종일 서서 손님을 대하는 일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나도 앉아서 일하고 싶다고 느꼈던 적도 물론 과거의 나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교육을 하는 입장이 되어서 깨달은 것은,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업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을 할 때는 앉아서 진행하기는 했지만 손님을 대할 때 보다 목도 더 아팠고, 신경을 써서 그런지 종종 머리도 아파왔다. 매뉴얼에 있는 내용과 매뉴얼에 담기지 않아도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정해진 교육 시간 안에 전달을 해야 했다. 완전 처음 일을 시작하는 신입이 할 수 있는 업무인 경우에는 1대 1 교육이 아니라 2명, 3명, 최대는 4명까지도 동시에 교육과 케어를 진행해야 했고, 그 후배들의 따라오는 속도도 확인하고 내가 판단해서 서포트를 해나가야 했기에 더욱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지금까지 교육을 "받는" 입장이었고, 교육을 "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업무를 하면서 지금까지 후배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은 하고 있었지만, 업무를 가르치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나에게 교육을 위한 교육은 별도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입과 후배들을 위한 공부를 위해 나 역시 공부를 해야 했었다. 내가 후배의 입장에서 교육을 받을 때 어떤 것을 알고 싶어 했을까? 어떤 내용이 필요했고 어떤 부분을 더 알았으면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공부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뜩 생각이 들었다.
'와 이걸 선배들은 어떻게 했지?'
내가 후배의 입장에서 배울 때 왜 이런 건 안 알려줬을까? 라던지, 왜 같은 OJT 업무인데도 사람마다 교육 스타일이 전혀 다를까?라고 의문이 드는 경우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선배로서 가르쳐주는 입장이 되고 나서 보니 '아, 당시에 그분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셨겠구나.'라고 깨닫는 부분도 생겨났다.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자신의 위치에서만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시야와 나의 시야는 다르기 때문에. 비슷하게 유사하게 그 위치까지 다가갈 수 있지만 결국에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시야가 있기 때문에 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과연 후배들에게는 어떤 선배로 남아있을까? 그들의 기억 속에 나도 언젠가 느꼈던,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있기를 내심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