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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 Aug 27. 2024

출근 시간, 움직이지 않는 전철

내가 미술관 근무를 하며 살았던 도쿄에서 대중교통 중 가장 많이 이용했던 것이 바로 전철이었다. 정말 전철이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매일 같이 정말 다양하게 이용했던 것 같다.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집에서 직장까지 걷는 시간,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 환승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편도 약 1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매일 아침 출근 시간 운 좋게 전철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환승시간 전까지 꿀 같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여행으로 도쿄에 방문했을 때. 관광객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차량 안에서, 정장 차림에 서류 가방을 들고 꾸벅꾸벅 졸며 전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잠에서 깨지 않고 저렇게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내릴 역 지나치치 않고 일어나실 수 있으려나?라고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사람 일이란 게 남의 일 같던 게 나의 일이 되어버리고는 하더라.


물론, 지하철이 3개만 있던 고향에서 살다가 갑자기 전철이 수십 개가 오고 가는 도쿄라는 대도심에서 살다 보니 처음에는 이 전철이라는 존재가 정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역 안에서 길을 잃어본 적도 있었고, 같은 이름의 역인데 환승까지 헤매다가 30분이 걸려본 적도 있었다. 타야 할 전철을 잘못 타서 환승을 잘 못 해본 적도, 일반 전철과 특급을 착각해서 돌발 여행을 떠나본 적도 있고, 내릴 역을 놓쳐본 적도 정말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도쿄에서 4년간 살다 보니 북적이는 역에서 모든 방향에서 걸어오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회피 능력을 얻게 되었고, 최단 루트를 찾아내어서 환승 시간을 줄이게 되고, 부족한 수면시간으로 꾸벅꾸벅 출근길에 전철에서 졸다가도 기가 막히게도 환승할 역이 다가오면 (알람을 맞춰두긴 했어도) 눈을 뜨고 내리게 되는 등. 내가 여행으로 일본에 방문했을 당시에 무척이나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그 일본의 풍경 속에 나도 스며들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다.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출근 전철을 타기 위해 역을 향해갔다. 오늘은 앉을자리가 있을까, 환승 시간은 맞출 수 있을까, 오늘은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점심은 뭘 사서 먹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정기권을 꺼내며 역에 가까워지던 찰나였다.


개찰구 앞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아침 시간에 물론 출근을 위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시간대에 사람들이 그것도 개찰구 주변에 많이 있다는 것은, 심지어 그 사람들이 전부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면 이것은 안 좋은 징조일 뿐이다. 그리고 역시나, 나는 내가 타고 가야 할 전철이 멈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관광객들을 포함해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전철. 도쿄는 전철 노선도 많고 배차간격도 정말 짧아서 편리하기 때문에 많이 이용하고 없으면 안 될 존재이지만, 정말 트러블도 자주 발생하는 것이 이 전철이다. 전철이 멈추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기계의 트러블이나, 날씨로 인해, 장난으로 버튼을 누르는 경우, 그리고 인신사고.


아무튼, 무슨 이유인지 확실치 않지만 전철은 멈췄고, 바로 타고 갈 전철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가 봤던 개찰구 앞의 많은 사람들처럼 회사에 전화를 해서 전철이 멈췄다고 출근이 늦어지게 될 것 같다고 보고 전화를 한다. 전철 지연 증명서를 받고 정기권이 있다면 후리카에로 다른 노선을 타고 갈 수도 있기에 다른 전철은 움직이고 있는지, 루트를 찾아보고 빨리 해결책을 찾아본다. 오늘은 출근하며 꿀 잠 자기는 글렀다..라고 생각을 하며 출근을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겨본다.


매일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 지루할 때도 있지만, 언제 와 다름없는 일상이 편하고 소중하다는 걸 느끼는. 스펙터클한 어느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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