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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 Sep 03. 2024

저를 아세요?

흔하지 않지만 흔한 일상

"00 씨 맞으시죠? 수고하셨어요! 저, 한국 좋아해서 언젠가 한 번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어느 날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려 탈의실에서 준비를 하고 있던 때. 나의 기억에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 전혀 처음 보는 분께서 이렇게 말을 걸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같은 미술관의 다른 부서에서 일하던 분이셨는데, 이전부터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좀처럼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한다.


'저를 아세요?'


이렇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이내 그럴 만도 하지라고 수긍하는 나를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한국어 본명이 굉장히 흔하지 않고, 독특한 이름이기 때문에 한 번 자기소개를 하면 굉장히 인상 깊게 남는 편이었다. 지금까지 태어나서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만나보지 못했다. 그랬기에 국내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을 때 이곳저곳 나도 모르는 새에 많은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불리며 인사를 받는 건 어떻게보면 꽤나 흔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은 꽤나 흔한 성씨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조그마한 기대도 있었다. 그 이유는 일본에서는 정말 친한 친구나 가족들이 아니면 이름이 아닌 성을 부르기 때문에. 근무를 할 때는 성으로 불리면 굉장히 흔한 이름이 되겠구나 라는 조그마한 기대감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내가 일을 했던 일본의 미술관은 직원 중에는 한국인이 없었다. 몇 년간 근무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몇 분 보았던 것 같지만 학생분들이셨고, 코로나 시기가 있으면서 귀국을 하셨는지 다른 알바처를 구했는지 까지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이 곳을 그만두셨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근무를 하던 초반에 같은 성씨인 한국 아르바이트 생이 있으셔서 이곳에서도 자연스레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일본에서는 정말 흔치 않은 케이스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미술관 전체에 출근하는 한국인 직원은 나 혼자가 되었지만, 나는 일본에서도 계속해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넓은 미술관 시설 안에서 여러 팀들 사이의 소통은 어떻게 할까? 이러한 소통에 사용되었던게 무전이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내가 소속했던 팀은 소통 뿐만 아니라 정보 공유 등을 위해서 무전을 많이 사용하였다.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소속명과 이름을 용건 앞에 붙여 말해야 했었는데, 그 때 나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저 분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주변에서 이름으로 주목받았었는데. 일본에서 근무를 하면서는 이름뿐만 아니라 외국인,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더욱이나 주목을 받게 되었던. 나의 소소한 기대와 희망과는 반대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그래도 익숙하기도 했던. 흔하지 않지만 조금 흔한 일상의 기억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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