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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우 Aug 20. 2024

무대공포증을 가진 서비스직의 아나운스

무서움과 마주 보기

일본 미술관 근무기를 연재하면서 꼭 한 번 언급하고 싶었던 이야기. 서비스직에 몇 년간 근무를 하면서 매일 많은 손님들을 응대하고 때로는 아나운스를 하는 일을 했었지만, 나는 실은 극심한 무대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


10대 학창 시절, 발표를 할 때나 남들 앞에 설 일이 있을 때. 시작 전부터 손발에 식은땀이나기 시작했고 정작 발표를 시작해야 할 때는 손도 떨리고 목소리까지 덜덜 떨려서 듣는 사람들도 이 사람 지금 떨고 있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긴장을 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의 시선과 걱정하는 분위기에 더 긴장을 하고는 결국 열심히 준비를 해도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끝을 맺는 경우가 허다했고, 다음에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도 이러한 실패를 했던 경험이 되살아나면서 또 떨게 되었고 그로인해 점점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꺼리고 피하게 되었다.


나는 좋아하는 것도 많았고 하고 싶은 건 더욱 많았었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게 싫고 점점 주늑들게되는게 싫었다.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한 후 연극부에 입부를 해서 되도록 사람 앞에 설 기회를 늘려갔고 외국인들과 교류를 하는 홍보단체에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지는 등 많은 것에 도전을 해나갔다.


그렇게 많은 것에 부딪쳐나가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서비스직에 종사를 하기까지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무대공포증을 가지고 어떻게 이 직업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고 내심 나 자신이 신기하기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本日は当施設にお越しいただき、誠に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오늘은 저희 시설에 방문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


일본의 미술관에서 업무를 하면서 휴대용 마이크와 스피커를 착용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입장 전에 주의사항 안내해 주는 업무와, 시간에 맞춰 기계를 작동시켜서 시설 전체에 안내방송 아나운스를 하는 업무가 한 번에 많은 사람들 앞에 서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른 업무들에 비해서 정말 긴장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연수를 받고 아직 업무에 익숙해지지 않았을 시기에는 제발 오늘은 그 업무를 하지 않기를.. 라고 생각하며 출근해서 로테이션을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업무를 할 때마다 연극부의 경험을 되살리며 지금 나는 연기자다. 내 앞에 있는 많은 손님들은 관객이다.라고 되새기며 일을 해나갔던 건 나만의 극복 방법 중 하나였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게 그럼 지금은 무대공포증을 극복하셨나요?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여전히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말할 때는 떨기 마련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하지만 긴장을 하고 떨고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않을 정도로 감정을 숨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는 성장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自分の可能性を信じなきゃ何も始まらない」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아"


내가 생각하기에 무대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다를 것이고 그 원인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경우에는 그 두려움이 오는 원인이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무언가를 했을 때 그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걱정들 때문에."라는 이유가 컸다. 하지만 걱정하고 고민하던 시간 동안 그 일들을 했으면 더 좋았을걸 좀 더 무언가를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이 쌓였고 그러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어 다양한 도전들을 해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무대공포증을 완전히 극복했다고라고 수는 없겠지만 두려움과 마주 볼 있게 되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면, 무언가를 극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얼마나 사소한 것이여도 어떠한 방법이라도 상관이 없으니 생각하고 있는 걸 실현해 보세요. 그 결과가 성공적이면 무척 기쁠 것이고 실패해도 그 한걸음 내딛게 된 것이 하나의 경험이 되어 미래로 이어질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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