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새 거라 그런지 뻣뻣하네요. 일단 꾹꾹 눌러 길을 들여 봅니다.
방금 내린 눈처럼 새하얀 종이. 뭐부터 쓸까요.
현재 저는 저보다 어른이신 분들께는 아직도 갈 길 창창한 젊은이인 동시에,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미지의 고대 생물인 애매한 나이라, 뭘 쓴들 번데기 앞의 주름과 안물안궁 쌉소리 사이 그 어디쯤이겠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그냥 편안하게, 얼굴 보면서 하면 부끄러워서 못할 소리를 끄적여볼까 합니다. 누구에게 감명을 준다거나 그런 거창한 건 아니겠지만, 그냥 소소히.. 길을 걷다 눈에 띈 낙엽을 주워서 책 속에 꽂아두는 것처럼,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을 남겨두려 합니다. 아름답지도 않고 잘 다듬어지지도 못한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요.
연재요일은 일단 일요일로 해두었지만, 아마 되는 대로 올리지 싶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잘 모르면서 마음만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늘 놓치던 평범한 광경을 응시하면서 제 마음에 여유를 주려 합니다.
줄곧 잊지 못하면서 똑바로 마주하지도 못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되돌아보며, 제가 그려온 궤적을 가늠하려 합니다.
그렇게 다시 힘을 얻고, 방향을 조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그러기 위한 시간낭비를 저에게 허락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비록 예쁜 꽃잎이나 낙엽은 못 되어도, 아주 잠깐이라도 당신에게 감촉을 남길 수 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역시 첫마디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아서 감사합니다."라고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