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관에서 뭔가 특별한 아저씨인 다정씨를 만났다. 처음엔 그냥 제목이 귀여워서 집어 들었는데, 일반 회사에 다니는 다정씨가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겉모습을 꾸미고 싶어서였을까. 그 이유를 알기 전에는 회사의 사장처럼 의아했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자르고 상자에 담아 어딘가로 보내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멈췄다. 겉으로는 괜히 튀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머리카락을 기부하기 위해 묵묵히 시간을 쌓고 있었던 사람.
다정씨의 헤어스타일을 가장 못마땅해하던 사장님이 결국 가장 먼저 기부에 동참했다. 이 장면은 예상을 단번에 뒤집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게 오래 쌓인 시간은
전혀 다른 얼굴일 수 있다.
어린이도서관을 나와 집 근처의 큰 도서관으로 옮겨 이동했다. 최근 읽기보다 쓰기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기에, 어떤 책을 읽어볼까 잠시나마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미리 대출할 책 몇 권을 골라두었다. 그런 와중에 벌써 도서관 마감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몇 분 남지 않은 시간. 괜히 마음이 바빠졌다.
이럴 때면 나는 초치기 모드가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급하게 훑고, 직감으로 고른다.
『쓰는 생활』은 흔적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이미 빌려간 자리. 그 빈칸이 묘하게 또렷했다. 임경선 작가의 책 한 권을 꺼내고 나서, 한 권 더 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곁의 손때가 묻은 다른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외로움의 모양』.
의외로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이었다. ‘외로움’이라는 단어에는 솔직히 끌리지 않았다. 그런데 ‘모양’이라는 말이 자꾸 붙잡았다. 외로움은 피하고 싶지만, 모양은 들여다보고 싶었다. 단어 하나의 온도 차이. 나는 그 작은 차이에 반응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얼마 전 우연히 보았던 유튜브 채널이 떠올랐다. 그 책의 저자였다. 그때는 스쳐 지나갔는데, 도서관에서 다시 만났다. 우연 같지만, 아마 내 안 어딘가에 이미 저장되어 있었겠지.
어린이도서관의 다정씨도, 큰 도서관의 『외로움의 모양』도 결국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그 안의 이유. 단어와 결. 보이는 장면과 숨은 마음.
요즘 나는 단어보다 그 단어가 내 마음에 닿는 방식에 끌린다. 외로움이라는 말보다는, 그 외로움이 어떤 형태로 나에게 다가오는지가 궁금하다. 특별해 보이는 사람보다,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내 감각이 어디에 머무는지 확인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날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이유를 먼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