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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암환자 Apr 28. 2022

20대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 "내 안에 암 있다."

임신만 못하는 줄 알았더니 살아있는 것도 안되는 거였어..?

"조직검사결과... 암이네요..

그런데 큰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암이 다른데서 난소로 전이된 것처럼 보입니다."





2021년 12월 23일.

내 20대의 마지막, 29살의 크리스마스에 나는 쉼을 선물받았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는 딱 한가지 소원밖에 바라지 않았는데.

"웃고싶다." 라는 소원.


2017년 크리스마스에는 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들과 애정어린 문자를 주고 받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2018년 크리스마스에는 그 남자친구과 너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그 사람은 그 때 양다리도 아닌 삼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것을 2개월 후에 알았고.


2019년 크리스마스, 2020년 크리스마스는 전 남자친구와의 5년간의 연애에서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한 후 약 9년만에 맞는 싱글 워커홀릭으로써의 날로 크리스마스같지 않은 또 하나의 하루를 흘려보냈다.


2021년 8월, 다시는 연애를 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후 2년만에 시작한 연애 덕분에 2021년의 크리스마스는 왠지 오랜만에 웃으며 보낼 수 있는 날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암 진단을 받았다.




"아니, 전화하기가 왜이리 힘들어요?! 얼른 오셔서 CT결과 가지고 가까운 산부인과로 가세요!"


2021년 12월 16일.

어김없이 눈 뜨자마자 아침식사를 챙기기보다는 전날 끝내지 못했던 업무들을 살피고 있었는데 11월부터 계속 장염증상으로 내원했던 내과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몇일 전 정말 죽을 듯이 밤에 배가 아파 응급실이라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날이 있었다. 결국 그 날은 병원에 가지 않고 혼자 참았던 적이 있어 다음날 내과에 가서 CT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방문했었는데, 그 결과가 나온 거였다. 그 때만 해도 '어떻게 이렇게 죽을 듯이 아팠다가 괜찮아지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몸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한 의사 선생님은 2일 전 찍은 CT결과를 보고 전화하는데 지금 당장 산부인과에 가서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을 하라고 했다.


급히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으니 의사와 간호사는 모두 심각해보였다. 몸 밖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는데 왜 그렇게 CT결과를 보고 심각한 표정인지 그 때만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소염전 (난소가 꼬임증상) 진단을 받아 급히 당일 응급수술 후 회복기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추후 수술중에 난소가 꼬인 것이 아니라 혹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 혹의 상태가 이상해보여 조직검사를 의뢰했다고.


그리고 나는 2021년 12월 23일에 그 혹이 암덩어리라는 진단을 받았다.


산부인과에서 난소에 암이 있다는 진단을 들어서 그 때까지만 해도 난소암인 줄 알았는데...


의사선생님은 "난소암일수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 전이된 것으로 보여 큰 대학병원으로 빨리 가셔야한다."고 했다. 다른데서 전이된 것이라면 이미 암의 진행속도가 많이 된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난소에 암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을 땐 자궁적출까지 말씀을 하시길래 기껏해야 '이제 임신은 물건너갔구나.. 지금 남자친구는 가정을 꾸리고 싶고 아이도 갖고 싶어했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다였다.


임신을 하기 싫다. 아이는 지금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어도 내가 '선택적'으로 임신을 하지 않길 원하는 것과 선택지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에 그냥 조금 슬퍼졌다가도 '뭐, 어쩔 수 없지. 자궁만 적출하면 다른 데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내가 참 안쓰러워졌다.


막상 다른 곳에서 암이 전이 되었을 수 있다고 하니 이제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갑자기 내 삶, 내 생명이 걸린 일이 되버린 것 같았다.


난소에만 암이 있었다고 하면 나름 씩씩하게 진료실을 나올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그랬는데...

결국 나는 산부인과에서 암 진단을 받고 진료실 안에서 정말 크게 울어버렸다.


'왜 하필 나일까...? 왜 하필 지금일까...? 왜..?'


진료실 안에 같이 계셨던 간호사 선생님이 같이 우실 정도면 내가 정말 서럽게 울었나 보다.


서럽게 울고 난 이후에는 16년지기 친구와 회사 대표님께 나 오늘이 마지막일수도 있다며 전화를 하고 배가고파 밥을 먹으러 갔다. 울고나니 어쩜 그렇게 배가 고파오던지. 큰 대학병원은 지금 찾으나 내일 찾으나 똑같을거라는 생각에 일단 배부터 채우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국립암센터에서 마지막 퇴원날.

2022년 1월 7일.

국립압센터에서 나는 대장암 (결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살아있다.


사실 암 판정을 받았을 때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시한부 선고라도 받을 줄 알았다.


"3개월 남았습니다."

이런거 말이다.


빠른 검사를 위해 국립암센터에 입원했을 당시 의사선생님께서 하도 암 세포가 여기저기 많이 전이되어 안좋은 상황이라 겁을 주시는 바람에 나는 내가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그런데 내 삶은 다행히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나보다.


지금 당장 수술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치료'를 먼저 말씀하셨으니까.


어쨌든 뭐,

나는 지금 살아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지금이, 지금 이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이순간 당신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나도 가끔 겁이 난다.

의사선생님이 완치목적의 치료보다 생존목적의 치료라고 하셔서.


그래도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쓰고 싶다.


내 멋대로,

내가 하고싶은 대로!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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