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산책 1

사는 맛 레시피(기다리는맛)

by 달삣

3월이 되고 개구리가 깬다는 경칩이 다가오자직은 쌀쌀하지만 2월과는 다르게 볕 좋다.


우한 폐렴 때문에 조심해야겠지만 밖으로 볕을 쬐러 나갔다. 집에만 있다간 지붕 위에서 자는 누피처럼 폐쇄 공포증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누피가 하는 말 중에 요즘에 위로되는 말이 있다.


'인생이 그래... 네가 알람을 여섯 시에 맞추면 벌레는 다섯 시 반에 맞추는 거지'


뉴스에서는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만 있으라는데 몸은 벌써 봄 마중을 하고 싶서 신발 신고 현관문 앞에 서있다.층아이들은 몇일째 어린이집을 못가니 '쿵쿵쿵' 달리고 '깨게갱'하고 강아지 소리까지 난다.뛰지 말라고 부모가 주위를 줬겠지만 아이들도 몸이 먼저 뛰니 어찌하랴!


공원 숲길로 들어서니 하늘은 맑고

새들이 분주하게 지저귄다.

'짹짹짹 라라라' 현상황을 모르는 들은부지런하고 명랑하기 그지없다.

꽃샘추위이긴 하지만 미세먼지도 없고 하늘은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있다.


봄볕이 흙길에 화사하게 떨어지고 따스한 기운이 몸을 위로해준다. 차갑지만 기분좋은 바람이 '살랑 살랑'하고 이마를 스치고 간다. 한기와 오한이 들었던 몸이 풀어지는듯한 순간이다.


마스크 쓴 사람도 안 쓴 사람도 안도의 숨을 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노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벤치에 앉아서 볕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들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스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노인들은 초면에 모르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잘한다.


벤치에 주르륵 사람들이 앉아 볕을쬐고 있데 마스크 한 할머니가 지나가는 마스크 안 낀 할머니에게 "여기 앉으소마" 하며 물휴지로 벤치 의자를 꼼꼼히 닦는다.


자리를 물색하던 할머니가 옳다구나 하며 닦아준 의자에 앉아 같이 볕을 며 말을 거는데 마치 예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친근한 목소리다.


" 남을 위해 자리를 닦아 주다니 마음씨가 참 곱네"며 마스크 안 낀 할머니가 말을 건넨다.


"어데에"하며 경상도 말씨의 할머니가 겸손하게 말을 받는다.


"집이 아저씨는 좋겠소 이렇게 이쁜 마누라를 뒀으니 말이야"


내가 보기엔 그다지 미인은 아니신 것 같은데 마음씨가 예쁘다는 걸로 받아 드리는 듯하다.


마스크 안 낀 할머니가 조금 연세가 아 보이는 듯했다. 마스크 낀 할머니는 심심했는데 잘됬다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 우리 아저씨는 죽었삤어요. 한 팔 개월 됬쓰요"

"그래에 ? 아저씨가 돈 많이 벌어놓고 죽었는감"

"어데 예, 있는 돈 다 털어먹고 가삔 기라요"

"저런 저런 "하며 마스크 안낀 할머니가 마스크 낀 할머니를 손을 잡고 다독 거린다.


"집이 어디야?"하고 물으니

"집은 대구라예 딸래 집에 잠깐 왔쓰요. 지금 대구는 우한인지 뭐시껭이 때문에 엄청 시끄럽다 안캅 꺼"하니까


마스크 안 낀 할머니가 손을 슬며시 빼며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낸. 마스크를 쓰며 일어면서 "앉았다 가요. 난 좀 걸어야 쓰겠소" 하며 자리를 뜬다.른 할머니들도 약간씩 떨어져 앉는다.


참으로 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다.


옆에 앉은 한 아저씨는 지인에게 전화를 건다.


"버스 타고 이리로 와 봄볕이 너무 좋아. 비타민 D좀 쬐야지 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대숲이 있는 집을 지나 매화나무 근처로 갔다.

매화는 아직 이른 지 조용하고

산수유나무에는 노란 꽃봉오리가 맺혔다.


매화나무 아래 노인이 돗자리 깔고 앉아 있다.

마치 매화꽃 는걸 기다리는 문인화 속 노인 같아 보였다. 노인은 벚꽃보다는 매화가 더 어울리는 느낌을 든다.



봉오리를 터트릴 매화나무


며칠 한눈파는사이에

봄은 슬금슬금 옆구리로 파고들어 매화꽃 한 줄기 두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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