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과 우럭과 루비 반지

사는 맛 레시피(위로의 맛)

by 달삣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 하기 싫은 날. 방바닥에 누워 서있는 책상 밑바닥을 바라보니 그늘이 짙다.


창문 밖은 맑지만 깊은 우물 속 밑에 처박힌 두레박이 된듯한 느낌 들 때가 있다.


몸의 반쯤은 돌멩이 가득한 우물 밑바닥 속에 처박혀 있고 시선은 원통의 우물 돌멩이 벽을 따라 저 멀리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 물 잠긴 두레박 같은 느낌 말이다.


누군가 나를 길어 저 밖으로 끌어주길

안간힘을 쓰고서라도 한 발짝 떼는 것은 결국 나다.


아무도 나를 구원하지 못하고 내가 나를 끌어야 한다는 사실에 몸을 추스르고 밖으로 나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날은 서점의 '시 '코너로 간다.


시를 이런 매대에서 고르는 걸 좋아는데 시집들이 누워있는 것이 꼭 나와 닮은 것 같고 그 누군가 가 집어주기를 기다리는 모양새가 아침에 나를 길어 주기를 바라는 거와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점의 시가 깔려 있는 매대의 '시'중에 눈에 들어오는 시가 있었다.


이병률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는 시였는데


표지 뒷면의 시가 좋았다.


'우리는 안 괞쟎으면서 괞쟎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라는 핑계로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힘에 대해 모른 척합니다.


누구든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겠지만

당신만은 방에서 나와

더 절망하길 바랍니다.


오래전 하지 못한 안부를

전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시는 짧았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봄바람 타고 보낸 원의 연서 같았다.


우울과 절망의 색이 연상되는 파란 바다 피안의 세계에 잘 있으니 그대는 안심하고 행복하라는 처럼 느껴졌다.


'안 쓰는 근육도 써보라'라는 문장도 좋다. 가라앉는 느낌을 버리는 생각의 근육을 늘 써서 단련해야 한다 느껴졌다. 책방에 서서 시를 잠깐 읽었을 뿐인데 기운이 났다.


이병률의 시집'바다는 잘 있습니다'한 권과 아들에게 줄 '혼자가 혼자에게'에세이집을 사서 재래시장으로 갔다. 무언가 맛있는 걸 만들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보니 활기가 돌았다. 먹거리 파는 장사 하시는 분들의 열심히 사는 모습에서 힘을 얻는다.


생선가게를 지나가는데 장사하시는 아저씨가 목청껏 외친다.

"막 들어온 우럭이 좋아요. 싸고 좋은 것 있을 때 사 집에 가서 후회하지 말고"

기운이 없고 가라앉을 때는 시장 한 바퀴 도는 것도 괞쟎은것 같다

'펄럭 펄럭' 아가미가 쉼 쉬며 살아 있는 우럭을 사 와 서 매운탕을 끓였다.


무넣고 고추장 넣어 쑥갓 대파 넣어 시원하게 끓였다. 그런데 우럭의 볼살이 쫄깃한 게 쇠고기처럼 오래 씹혔다.'우럭볼살이 이렇게 맛있었나?'우럭 볼살의 재발견이다.


작은 생선의 볼살이 그렇게 맛깔 날수가 없었다. 물고기 입은 쉬지 않고 계속 뻐금거린다. 그래서 볼살이 단련이 된 것이다. 나쁜 생각 버리기 글쓰기 그림 그리기 걷기 등 계속하면 할수록 잘하게 된다. 안 쓰던 근육을 써야겠다.


저녁을 먹고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 나에게 주는 선물로 인터넷으로 작은 루비 반지를 주문했다. 빨간 루비를 보면 석류 열매가 생각나 기분이 좋아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인생은 그 나이가 되야지만 알 수 있는 뭔가가 있는데 꽃과 반지를 좋아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몸에 걸치는 게 답답해서 시계도 안차고 다녔는데 말이다. 엄마들이 반지 끼고 요리하는 것도 이해를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 그 작은 광물에 끌리니 말이다.


이병률의 '혼자는 혼자에게' 에세이 집을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했더니


"제목부터 싫어요. 혼자가 혼자에게가 뭐예요 "하며 자기 방으로 문을 '탁' 닫고 들어간다.

아들은 늘 조화로움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이해를 하려했다.

'이 책은 제목만 그래 좋은 책이야'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베스트셀러이고 감동받았다고 주입식으로 읽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야말로 개취(개인취향)이니 말이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의 송강호 톤으로 '아들아 너는 적어도 내과는 아니 구나'를 생각해보았다.


'크앗 '웃음이 빵 터졌다. 그리고 냥 실실 웃음이 나왔다. 너무 잠겨 있었나! 봄이다.




매화야 너는 언제 활짝 필래

매일 너를 찾아 가는데

곧이요

그대의 관심이 멀어질 때쯤

잠깐 왔다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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