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품고 있는 고택

사는 맛 레시피(고택의맛)

by 달삣

집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집안에 들어서면 따뜻 사람을 느낄때가있다.래된고택도 마찬가지다.치 어른의 고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지난가을

논산의 윤증 명재고택을 다녀왔다.

가을 햇살이 따뜻했고 그늘이 없는 집이었다.

문화해설사분이 집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셨는데 갑자기 그녀가 멋있어 보였다.


조선 후기 성리학 소론의 영수인 윤증 선생은 숙종이 여러 번 관직을 주어 출사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그 후 윤증 선생은 논산에서 후학 양성에 힘써서 과거 급제에 오른 이들도 여러 명이라 한다.


인품이 좋아서 제자들이 명재의 집을 아들과 의논하여 지어 줬으나 거주는거절하셨다고 했다.


자신에게는 과분하다고 평생 작은 초가집에서 살고 노론과 소론의 토론의 장으로 쓰게 하다가 아들도 그 집에서 살지 못하고 그다음 후손부터 살고 있다고 했다.


집은 하나하나 윤증선생의 아들과 의논하여 과학적으로 지어졌

특히 임산부인 며느리나 딸을 배려해 구부리지 않고 불을 때게 한 아궁이는 약자를 배려한 가문의 일면을 보여 주는 듯했다.


제사도 늘 검소하게 지내라고 당부하셨다고 하는데 일거리가 많고기름이 많이 들어가는 전이나 쌓아 놓는 떡보다는 뒷곁에서 딴 과실이나 북어포 정도였다고 한다.

차례는 원래 차 한잔 조상에 올리고 제사 때문에 싸우는 일 없이 후손들이 화목하게 사는 걸 보여주는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서로 자기 가문의 위신을 높이고자 '더 더 쌓자'하는 허례 허식이 있었다고 한다.

윤증 선생은 늘 주위에 백성들이 굶는 사람 없게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일이 많았다고도 했다.


집은 따뜻했고 파라다이스 빔을 충분히 느꼈다.


'바람이 불어 나무 그림자가 흔들리고 햇볕은 감미로워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고 옆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참 좋았다.'-김서령 에세이스트의 파라다이스 빔-



큰 대문은 엤으나 입구에 배롱나무와 연못이 있고 사랑채 행랑채가 있다.

안채로 들어가는 길이 일품이다.

햇볕이 따뜻하여 볕 양탄자 같이 느껴 졌다.

"어서 오시게"

하며 반기는듯하다.


사뿐사뿐 아깝게 발걸음을 띠며 안채의 대문을 연다. 앞에 중문이 있어 곧바로 안을 들어다 볼 수 없는 설계다.

하지만 안채 대청마루에선 오는 사람의 신을 보고 어떤 이가 오는지 알 수 있게 중문 하단을 빈 공간으로 두었다.


후원으로 가는 길도 재밌다.

성리학의 리가 이과 공법이라 하는데 수로 역할을 하는 작은 마당은 신비롭기만 했다. 직선인 듯 사다리꼴인 듯 보는 시점에 따라 달리 보인다.

후원의 작은 장독대와 감나무도 정겹다 삼단으로 내려오는 축대식 언덕은 집을 욱 아늑하게 했다.

한옥의 장점은 혼자 일 때와 같이 일 때의 간을 분배하여 사생활도 공동생활도 편리하게 만들었다.


집을 휘돌아 툇마루에 앉아 이야기하니 소파 기능도 되고 차경을 감상할수있는 자연과 벗 삼은 장독도 정겹다.


아쉬운 것은 나라에서 고택은 특히 이런 성인의 집은 신경 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곳곳의 거미줄과 처마의 낡음이 씁쓸했다.

하지만 마당 깊은 그 집은 참 따뜻하구나 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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