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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Feb 23. 2021

만우의 커피 한잔

사는 맛 레시피

오래된 노트를 뒤적이다가 그 당시 그려 뒀던 만화 낙서를 발견했다.


그때 모습이 재밌어서 그려둔 것이었다.


 낙서하나 그때 그 사람을 기억나게 했다. 별로 친하지 않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라도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그중에  만우가 있었다.


만우는 진도사람이다. 나이가 어려서 여직원들은 "만우야 만우야" 하고 부르면 바보처럼 늘 미소를 늘 띄웠다.

 

만우절에는 " 오늘은 나의 날"이라며 웃기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참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그 당시는 몰랐고 세월이 비켜간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유해진 닮은 외모에 말을 얼마나 재밌게 하는지 만우는 점심시간에 여직원들하고  수다 떠는 걸 좋아했다.


"진도는 말이여  죄다 창들을 잘해 울 엄마  야물 여사도 호미로 밭 매면서도 창을 한다니까" 그러면 여직원들은 "그대도 한번 쭉 뽑아 봐"하며 깔깔 웃었다.


 그래서인지 진도 사람들이 흥이 많은가 트롯 가수 송가인도 진도 사람이지 않은가 


내가 만난 남도 사람들의 이미지가  따뜻한것이 기후가 따뜻해서 인것같다."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나~"


하지만 나는 그싫어했다 내가 싫어하던 입이 돌출된 상사와 닮아서 인지 정이 가지 않았었다.'남자가 왜 그렇게 수다스럽지'


어느 날 신입여직원이 들어왔는데 다들 대면 대면하게 대했다. 배우는 일이 서툴어 직장선배들에게 지적받는 일이 다반사여서 늘 기가 죽어있었다.


 하루는 만우는 기죽어 있던 그녀에게 따뜻한 커피를 타서 대접을 했는데 우리는 "신입이 커피를 타야지 군기 빠지게 선배가 커피를 타주냐" 하며 그 여직원에게 맘이 있는 것 아니냐고 놀리며"우도 장가가야지"하고 농담을 하고는 했다. 그럴 때도 씩 웃고 말았었다. 만우는 그냥 안 된 마음에 커피를 타 준 것인데 너무 주위에서 이러쿵 저렇쿵 한 것 같다.



 그 당시는 신입에게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라는 낭설이 돌 때였다. 그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했지만 현실은 오히려 무서운 선배를 더 어려워하고 지시도 잘 따라 했다.


 이 신입사원은 모든 게 낯설어서 인지 수첩에 기입하는 게 습관이었는데  직원들 이름도 물어보기도 뭐하고 할 때 특징을 잡아서 수첩에 기입을 했나 보다. 우연히 수첩을 본 적이 있는데 여러 가지 유형의 선배 모습이 적혀 있었다.


일을 잘 가르쳐주지 않고 그냥 자기 책상 옆에 세워서  하루 종일 보라는 b선배


복사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고 언성 높이던 u선배


오이처럼 키 큰 k선배


코밑에 점 있는 c선배


 따뜻한 커피타준p  선배


 그녀는 한 번의 첫인상을 적었는데 만우를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 기억을 할 것 같다.


 


어떤 것은 세월이 지난 후에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 당시는 수다스럽고 번잡한 만우를 싫어했었는데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걸 지금 알게 되는 것처럼 너무 늦게 아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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