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만난 자리 모란이 폈다.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지금은 안 보이지만 얼룩 길냥이를 처음 만났던 교회 앞에 모란꽃이 곱게 피었다.


모란이 피어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한참 들여다보다가 사진 찍고 집에 와서 김영랑의 시를 필사해 보았다.


암울한 일제시대의 젊은 시인은 봄이라는 희망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고 삼월 이른 진달래도 매화도 아니고 제일 늦게 피는 사월중순에 피어 오월에 지는 봄꽃, 아낀 봄이 온다고 모란이 피는 날만 기다렸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짧듯이 봄이 오자마자 가버려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의 구절에서 시인의 슬픔이 전해져 마음이 아려온다.


모란이 져야만 정말 봄날이 가는 것 같다.


좋은 시는 마음의 착함이란 녀석을 길가는 고양이가 그 녀석 종아리 툭 치고 가듯 건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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