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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Jan 02. 2020

시인을 우연히 만났을 때

사는 맛 레시피(따뜻한맛)

예전에 인사동에 '귀천'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천상병 시인의 부인인 목순옥 여사가 주인장이셨다.


동백림 사건으로 고문을 심하게 당해서 어린아이처럼 돼버린 시인을 대신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사동에 찻집을 여신 거였다.


고문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하신 시인은 아이들을 무척 예뻐하셨는데 동네 아이들에게 백 원씩 주며 과자도 사주면 아이들은 어눌한 시인을 보고 "바보래요 바보래요" 하고 놀렸댔다고 한다.



순옥 여사가 직접 차을 만드셨는데 그중에 모과차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에는 인생이라는 글자를 쓰는데 나에게는 인생 모과차였다.


나는 인사동에 갈 일 있으면 카페 귀천에 가서 모과차를 마셨다. 도자기 큰 컵에 풍부한 양과 짙은 향은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다.


수락산 근처 집에 계시던 천상병 시인 사모님 시던  귀천 카페에 마실을 나오시고는 했는데

어느  카페에서 천상병 시인을 우연히 봤다.


시인은 부잣집 마나님들에 둘러 쌓여 대화를 하셨는데 바로 옆자리라서 엿듣게 되었다.

부잣집 모님들이 "사랑이 예요 "하고 물었다


시인은 "사랑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아이들이나 잘 키우세요"   말씀하셨다. 결혼을 앞둔 나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었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좋은 사람이 될 테고 좋은 사회 일원이 되어  사회도  밝아지고 할 테니 참으로 명쾌한 대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당신들은 돈이 많으니 돈 좀 달라고 아이처럼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걸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신발이 없는 사람에게 신발을 벗어주고

추위를 타는 사람에게 목도리를 벗어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내 밥을  덜어주는 것


그러면 세상은 훨씬 따뜻해지리라 믿는다.

올해는 좀 더 따뜻한 뉴스가 많으면 좋겠다.


'행복이란 딴것이 아니다. 언제나 가슴 뿌듯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

사소한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기쁨을 느낀 면 그 행복이다'   -천상병 시작노트-

천상병 시인의 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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