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살이 몽땅 부러진 날에

사는 맛 레시피(쓴맛)

by 달삣

태풍 힌남노가 온다고 하루 종일 비가 심란하게 내리는데도 엄마의 정기적인 병원 예약을 미룰 수가 없어서 엄마와 함께 대학병원에 갔다.


경희 의료원에서 진료받고 현관으로 나왔는데도 비바람은 그치질 않았다.

엄마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어서 쓰고 있던 우산이 확 뒤집어졌고 그걸 바로 잡으려다 엄마가 휘청거리며 넘어질뻔했다.


다행히 옆에 중년의 아저씨가 잡아줘서 넘어지진 않았지만 엄마의 우산살이 몽땅 부러졌다.

마침 택시가 와서 들고 있던 내 비닐우산을 엄마가 탄 택시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엄마는 택시를 타고 엄마 집으로 떠났지만 홀로 남은 나는 엄마가 남긴 부러진 우산을 쓰고 비를 쫄딱 맞으며 한참을 걸어 새 우산을 사기 위해 편의점까지 걸어 갔다.


버스를 타고 집에 와서 엄마가 무사히 잘도착했나하고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네가 준 비닐 우산도 택시에서 내려 걸어오다가 우산살이 꺾어져 버렸다"라고 했다.


' 억수같이 비 오는 날 우산살 하나 남김없이 부서지고 꺾어지다니...'

우산살은 튼튼한 걸로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또 다른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

삶이란 내가 믿고 의지하던

모든 것들이 어느 날 한순간에 부서져 비바람 치는 들판을 홀로 걸어가야 한다는 깊은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혼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단단해져야 한다.


마치 태양볕의 고통을 이겨낸 사과의 단맛을 가두는 과육처럼 단단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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