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즙을 곁들인 멸추 김밥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2022년이 가기 전에 집에 있는 식재료를 다 털고 가려고 보니 현관 옆에 놓아둔 복뎅이 늙은 호박이 눈에 들어왔다.


친정 엄마가 사위 몸 생각해서 푹과서 짜먹이라고 한 것인데 한번 방치해두면 언제 손댈지 모르는 보따리처럼 오며 가며 눈으로만 보고 있었다.


'그래 오늘 이걸로 호박즙을 만들어 볼까나'

현관 청소도 할 겸 현관에 찬바람 막으려고 드리워진 커튼을 거둬 빨았더니 해진 부분이 있어서 과감하게 버렸다.


아침에 해가 뜨면 커튼 사이로 은은하게 햇빛이 비쳐서 현관에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는 했었지만 아무래도 커튼이 있으니

먼지가 쌓이기 마련이고 어두웠었다.


커튼을 버리며 물건에도 이별할 시기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


'너와의 인연도 이것이 끝인가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부인과 집도의 마음으로 호박 윗부분을 자르고

호박 속에 손을 집어넣으니 기분이 좀 묘했다.

서늘한 깊은 동굴에 손을 넣은 느낌에 질퍽한 호박씨가 계속해서 나왔지만 호박

씨는 야물지가 않아서 그냥 버리기로 했다.


아무튼 호박 속을 긁어내고 꿀을 넣어서 푹쪄서 베보자기에 넣어서 무거운 걸 올려 짜내니 즙이 한 바가지쯤 나왔다.


호박즙은 칼륨이 많아서 염분을 밖으로 배출시키고 식이 섬유도 많아서 변비에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산모들도 호박즙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가을녁에 수확한 늙은 호박이 집에 있으면 호박즙으로 만드는 것도 괜쟎은것 같다.


또 냉장고 속을 뒤져보니 잔멸치가 있어서 매운 고춧가루를 넣은 멸추 김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김밥은 때에 따라 한 번씩 먹어 줘야 하는데 오늘은 잔 멸치를 넣으니 어떤 맛이 나올까 궁금했다.


역시 김밥은 참기름 소금 깨소금의 조화가 중요하고 나머지는 냉장고 속 재료로 해도 각기 다른 맛있는 맛이 난다.

베란다에서 김밥과 호박즙으로 한컷 찍어 보는 주말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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